중국발 공습에 IT강국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에, 저가폰 시장에선 중국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원대로 떨어졌다. 이 회사가 지난 2분기 7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에 비하면 무려 4조원이나 하락한 수치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산 저가폰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위협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250억 달러(한화 26125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이제 금융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알리바바는 단순한 지급결제를 넘어 송금, 대출, 투자중개, 보험으로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 카카오도 다음달 말까지 뱅크월렛카카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기능은 10만 원 이하의 소액 송금, 온오프라인 소액 결제, 은행자동화기기 이용 등 세 가지에 그치고 있다.

 알리바바의 잰걸음과는 차이가 크다.

 금융업과 IT의 융합에선 중국은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 중국은 금융과 IT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은행 업무에서 극히 제한적인 기능만을 담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IT 금융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뒤진 건 뿌리 깊은 관치·규제 탓으로 보고 있다. 산업과 금융간 큰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잔 규제만 매만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중국의 IT산업 성장에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중국의 IT업체들도 많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저렴한 인건비가 궁극적으로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일조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IT산업이 이전의 짝퉁 생산 천국에서 벗어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 우리나라 산업이 처한 상황을 가리켜 넛 크래커라 부른다. 선두에 선 일본과 뒤따라오는 중국 사이에 낀 고달픈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그러나 중국의 IT산업은 이미 한국을 넘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 정지훈 교수는 그의 저서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에서 플랫폼 전쟁의 시대로 표현되는 IT와 인터넷 산업에 있어서 삼성전자가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 이유로 인터넷의 기본 속성인 공동체 철학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산업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금 상황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차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경계를 뛰어넘는 창조적 사고, IT와 산업의 융합, 그리고 기술혁신만이 우리 기업들이 국경 없는 치열한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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