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년에게 직업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한 에너지원이다. 가급적 전문성을 가지고 오랜 기간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은 공공영역, 민간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공공영역은 60세, 민간영역은 50~55세에 은퇴를 하고 있다. 은퇴이후 지금까지와 달리 불안과 초조, 스트레스가 엄습한다.


생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100세 시대를 감내해야 한다. 준비 없는 생명연장은 국가와 국민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다. 일하지 않는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국가는 지속가능한 연금체계를 고민하고 있다. 결국 연금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이 내고 적게 받는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가 은퇴이후에도 20여년 이상 일을 해야 100세까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거리가 멀다. 국가가 지난 십수년간 공을 들여온 개인 창업환경도 이제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 2013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최근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창업 대비 폐업률이 85%에 달한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5년 이내에 개인 자영업자 중 50대 자영업자의 90% 정도가 망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각종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도 주위를 둘러보면 퇴직 후 프랜차이즈 등 점포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은퇴하면 치킨집 사장 됐다가 망하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도시에서 창업해 은퇴 후 삶을 보장할 수 없다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도시라는 범주를 벗어나면 좋은 대안은 여러 개가 있다. 예를 들어 ‘귀농귀촌’은 중장년기의 은퇴자에게 두말할 나위 없는 훌륭한 방안이다. 돈 벌기도 힘들면서 생활비는 높은 도시생활에 비해, 농촌에서는 생활비가 거의 안들뿐 아니라,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고 건강을 챙기는 것도 수월하다. 게다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있다면 돈도 제법 벌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선진국을 만든 저력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알려주는 프로그램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56세 P씨는 국내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가 키르기스스탄의 이시쿨 호수 남부의 초원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하는 것은 고급주택 인테리어를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체리를 생산하는 것이다. 체리의 원산지는 터어키 동부이지만 가장 맛있는 체리는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의 배수가 좋은 초원지대에서 생산된다. 때문에 매년 6월이 되면 모스크바에서 트럭이 끝없이 몰려온다. 이식쿨 체리를 사가지고 가기 위해서다. 3500킬로미터의 거리는 최고의 맛 앞에는 적수가 못된다. P씨는 2월에서 7월까지 키르기스스탄에서 거주하지만 나머지는 세계를 여행하거나 한국에서 살고 있다. 높은 소득을 내면서 다공간 거주의 노머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P씨처럼 외국에 도전하기가 두렵다면 시골로 가서 은퇴이후를 살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은퇴 이후에 아무 준비도 없이 간다면 백전백패이다. 도시에서의 창업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철저하게 귀농귀촌 교육받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왕도이다. 50세 이상 되는 중장년층은 귀농보다는 귀촌의 형태가 지역에 정착하기 좋은 방안이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평생 해 오던 직업이나 직장과 농업, 농촌, 농민과 융합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6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귀농귀촌 은퇴전략’에 관심을 갖자. 6차산업은 농림수산업에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을 더한 산업으로, 생산과 가공뿐만 아니라 유통과 관광까지 접목한 융복합 창조산업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작물을 재배한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로 직접 가공하거나 판매하고, 주말에는 민박과 농업관광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교육받고 귀촌준비해서 농산어촌에 정착하면 일단 먹거리 불안과 식료품비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생은 상당히 품격있는 모양새가 된다. 시골에서의 취미와 봉사 일이 조화를 이루고 건강한 가족, 친구와의 만남과 우애에서 참 자아를 발견할 수도 있다. 도시의 지인이나 가족에게 안전하고 안심하고 신선하고 신뢰받는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경제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귀농귀촌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일자리창조와 도농융합에서 오는 시너지효과, 저출산고령화의 농촌과 과밀과 교통지옥의 도시문제를 새롭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제 단순한 규제완화로는 더 이상 엉킨 실타래와 같은 내수경기를 살리기는 무리이다. 새로운 대안과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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