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가 권리금을 합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수십 년간 상가 권리금으로 인한 분쟁과 피해가 끊이질 않은 현실에서, 정부의 발표는 매우 뜻 깊다. 


상가 권리금은 기존 상가의 영업적 가치를 인정해 전 임차인에게 지불했던 돈이다. 소위 장사가 되는 곳은 엄청난 권리금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조사 결과 55%의 임대차 계약에서 권리금이 오고갔다.


그러나 임대인들 간에 법적보호 없이 관행적‧암묵적으로 주고받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해 왔다. 주로 건물주인 임대인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임차인이 권리금을 한순간에 잃게 된다. 지난 2009년 1월, 6명의 희생자를 낸 용산참사는 재개발로 인해 하루아침에 날리게 된 권리금이 원인이 됐다.


정부는 건물주가 바꿔도 영업할 권리를 5년간 보장하고, 권리금 회수를 위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권리금을 명시한 표준임대차 계약서 도입과 각 시도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권리금 법제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걱정도 크다.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논란이다. 임차인의 영업권 보장을 위해 임대인의 권리가 5년간 제한된다. 거기에 5년 이후에도 신규 임차인을 선택할 권리마저 빼앗겨 버린다. 그 이후에도 만찬가지이다. 만약 임대인이 자기 건물을 직접 사용하려고 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하다.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리고 임대료와 권리금 상승도 우려된다. 우선 임대인의 재산권 제한과 권리금 부담이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전가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도 상가 및 주택 임대차보호법 제정 시에도 임대료 상승이 발생했다.  


또한 권리금 법제화는 권리금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권리금도 높아질 수 있다. 신규 임차인에게 현재 지불한 권리금보다 더 큰 권리금을 요구해도, 신규 임차인은 다음 임차인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권리금이 부풀려질 가능성도 높다. 나아가 법제화에 맞춰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이 서로 짜고 높은 권리금을 설정해 권리금 장사를 할 가능성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권리금 법제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고,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을 설득시켜야 한다. 또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적영역에 있던 상가 권리금을 공적영역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상가 권리금은 거래된다. 또한 권리금으로 인한 분쟁과 피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는 바꿔야하고 결단해야 한다. 지금 어렵다고 부작용이 크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가 영세자영업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기존 정권에서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권리금 법제화라는 ‘신의 한수’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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