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열풍이 거센 요즘, 그와 비슷한 연령대인 미국 언론인 매트 타이비의 일갈이 떠오른다. 매트 타이비는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를 가리켜 "인간의 얼굴로 포장한, 돈 냄새가 나는 곳이면 어디든 흡혈관을 꽂고 쉴새없이 빨아삼키는 거대한 흡혈 오징어"라고 비판했다.

 


사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서민의 돈만 빨아먹은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 농락했다. 유로존에 가입하고 싶은데 단기 부채가 많아 고민하는 그리스 정부를 도와주는 척하며 자사 발행 채권을 고가로 팔아먹었다. 결과적으로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로 이어졌고 골드만삭스는 천문학적 이익을 얻었다.

그리스 뿐 아니다. 한국도 외국계 자본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론스타가 자산규모 62조6033억 원의 외환은행을 2조1000억원에 매입한 뒤 6조8000억원에 되팔아 먹튀 논란을 낳았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릿지캐피탈은 1조1000억 원을, 골드만삭스는 진로소주 채권장사로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챙겨 국부유출 논란이 일었다.


최근 들어서 외국계 투기자본은 부실채권(NPL)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골드만 삭스는 지난해 말 기업은행으로부터 1700억원대 채권을 매입했는데 진로채권 장사 이후 정확히 15년만이다. 골드만삭스 외에 도이체방크 SC로위 일본 신세이뱅크 등도 NPL 입찰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 부실채권에 군침을 흘리는 까닭은 한마디로 ‘큰 돈’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외국계 자본의 정보력과 예측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말 많았던 한전부지 입찰도 외국계 자본 참여를 지분율 50% 미만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정부 당국이 외국계 먹튀 자본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론스타와 맥쿼리 등 먹튀 자본이 국내에서 축적한 부를 해외로 빼돌린 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벼랑 끝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외국계 먹튀자본이 한국에서 법적 제재를 받은 적은 거의 드물다.


하긴 골드만삭스 같은 국제금융계의 절대 고수는 미국에서도 법망을 잘 피해간다. 월가에선 골드만삭스를 거버먼트 삭스(Government Sach)로 부른다. 그만큼 막강한 힘을 지녔다는 뜻이다. 2010년 골드만 삭스와 연관된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혐의 피소사건은 월가의 비상의 관심을 끌었다.


혐의 내용은 골드만삭스가 투자자에게 CDO 거래와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를 끼쳤다는 것. 피소 당시 골드만 삭스는 “끝장났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코너에 몰렸지만 결과는 판정승이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5억 5,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벌금을 부과해 겉으로는 중징계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벌금은 골드만삭스가 약 보름 정도 은햄문만 열면 해결되는 것이어서 ‘탐욕’에 합당한 엄벌이라고 볼 수 없었다.


거대금융자본의 탐욕을 추적 보도한 롤링스톤지 기자 매트 타이비는 저서 <오마이 갓! 뎀 아메리카>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직된 탐욕이 조직되지 않은 민주주의를 이긴다”


이는 국경을 넘어 한국사회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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