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에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 중인 증권사가 있는 반면 무풍지대인 곳도 있다. 고용이 안정된 증권사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지점 축소 등의 유형자산 변화가 거의 없고,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꾸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다.

◆ 3년 연속 당기순이익 1위,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전체직원 2570명, 전국 점포수 110개를 자랑하는 대형증권사 중 한 곳이다. 매년 꾸준한 신입직원 채용에도 불구하고 근속연수는 10.2년으로 증권사중 긴 편에 속한다. 한국투자증권이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는 것은,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타 증권사와 비교해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M증권사의 경우, 2013년 순영업이익이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한 실적을 냈는데도 지점의 수를 대폭 줄였다. 2008년 152개였던 점포는 2012년 99개로 축소했고, 그 뒤에도 계속 줄여 현재 점포수는 78곳. 유형 자산은 2년간 총 54억 원 줄이는 등 비용을 감소하는데 주력했다. 이는 현대, 우리, 한국, 대우, 삼성, 대신증권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규모의 축소다. 업계에서는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한발 빠르게 구조조정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과 지점수가 비슷한 삼성증권의 경우 순영업이익이 급감함에 따라 지난 11일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점 수를 20%가량 축소하고, 직원들은 희망자에 한해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전환하는 한편, 임원의 수를 18%(6명) 줄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2011년에도 100여명 희망퇴직에 이어 지난해에 100여명의 직원을 계열사로 전환 배치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대형증권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동안 한국투자증권은 별도의 구조조정 없이 꾸준히 순영업이익 상위를 지키고 있다. 당기순이익부문에서도 3년 연속 1위다. 한국투자증권은 지점의 지표를 추정할 수 있는 유형자산의 규모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점포 계약만료 등의 문제를 제외하곤 점포수의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년간 희망퇴직이나 인력 구조조정 또한 단행하지 않았다. 올해 역시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대형증권사에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기업 자회사의 소속이 아닌 금융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다. 다 같이 함께 가자는 경영진의 마인드도 있고,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수익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이익 창출에 중점을 두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신영증권

지난해까지 43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신영증권은 전체인원 637명으로 중소형 증권사에 속한다. 중소형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근속연수는 8년으로 매년 신입사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전체 배당순위는 작년 기준 3위를 기록했고, 보통주 기준으로 2012년 6.71%, 2013년 5.63%로 매년 꾸준하게 5%이상 높은 현금배당률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신영증권은 지난해 514억 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창출했다. 비결은 다각화된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한결같은 가치투자 경영이다.

신영증권은 브로커리지, 법인, IB(투자은행), 자산운용본부 등 수익구조가 가장 다각화돼 있다. 여기에 오랜 노하우가 더해져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가 높은 것과 달리, 신영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지 않다.

또한, 신영증권은 ‘信卽根榮’(고객의 신뢰는 곧 회사의 번영)이란 경영이념 아래, 무리한 외형 성장보다는 시중금리보다는 약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안정지향적인 투자 철학을 모토로 삼고 있다. 그 예로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가 있다.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로 2005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잔고 유입이 되고 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 1년 평균 수익률 1.18%에 비해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는 8.23%을 나타냈고, 판매 잔고는 4554억 원을 기록했다.

◆ 9년 연속 주식거래 점유율 1위, 키움증권


키움증권은 9년 연속 주식 거래 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 비결은 회사 창립부터 지점을 내지 않고 온라인 거래에만 집중해 온 차별화된 전략 때문.

지난해 기준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은 13%대로 1위다. 온라인·모바일 주식거래 시장 점유율은 약 28%로 4명 중 1명 이상이 키움증권 고객이다. 이는 키움증권이 충성도 높은 개인 고객을 많이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키움증권이 2000년 온라인 증권사로 출범할 때만 해도 수수료 인하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현재는 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인베스트먼트 등 금융 계열사까지 고루 갖춘 명실상부한 강소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주식, 선물, 옵션, 해외선물, 해외주식, 랩, 펀드 등 모든 투자금융업을 갖췄다.

최근 우리자산운용 인수에도 성공하며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22조원)과 키움자산운용(8600억원)이 합쳐지면서, 자산운용업계 58위에서 7위로 단숨에 순위가 상승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불황 속에도 큰 폭의 흑자를 달성하며 강소증권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2013년 영업이익은 578억 원으로 일부 대형증권사보다 높은 이익률을 달성했다. 또한, 부채비율은 10대 증권사 평균 500%인 것에 비해 키움증권은 322%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유형자산은 440억원으로 작년 3월 말 325억원과 비교해 약 36% 증가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유형자산을 대폭 줄이는 타증권사와 달리, 유일하게 증가했다. 그 이유로는 차세대원장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하드웨어 장비 증가 때문이다. 이는 증권업무 전체시스템에 있어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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