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한 달 새 6조3000억원 급증하며 14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5조1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주택 대출규제 완화 그리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 금리 인하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가계대출은 일곱 달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8월 누적 30조원이나 급증해 지난해 한 해 대출 증가액을 뛰어넘었다. 그나마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폭이 둔화되고 은행권 위주로 늘어났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8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717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6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취득세 감면제도가 종료됐던 지난 해 6월(6조5000억원) 이후 최고치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올 1월부터 8월까지 예금취급기관(예금은행+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30조원 늘어나 지난해 전체 대출 증가액(27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41조원으로 한 달 새 5조100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 2012년 12월(5조2000억원)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다.


LTV 등 주택 대출규제가 완화된데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주택거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주택 거래량은 7만5973건으로 2009년 8월(8만1554건)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주택금융공사에서 6월말 출시된 적격대출 금리(고정금리)가 대폭 인하되면서 관련 상품의 판매가 늘어난 것도 대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적격대출 금리는 8월 당시 3.3%로 변동금리 상품보다 더 낮았다.

 
LTV 규제완화 등으로 예금은행 빚의 증가속도가 빨라졌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97조6000억원으로 5조원 증가했다. 전달(2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대출 증가액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에서 발생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은 변화가 없었다.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빚 증가속도는 오히려 둔화됐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은행권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급격히 감소한 데 비해 생계형 대출이 주를 이뤘다. 제2금융권 대출 잔액은 219조6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이 늘어났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1000억원 증가한 반면, 기타대출은 1조1000억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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