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특정 피의자가 가입한 네이버 밴드의 대화상대 정보와 대화내용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밴드 이용자의 상당수는 대화명을 실명으로 쓰고 있으며, 생년월일까지 기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피의자 1명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그리고 대화를 주고받은 시간과 내용까지 모두 사찰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 A씨는 올 4월 서울 동대문 경찰서로부터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를 받았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의 범위는 지난해 12월8~19일까지 12일간으로 돼있었다.


그런데 통지서 내용을 확인해 보면 동대문경찰서에서 요청했던 자료대상과 종류에 '해당 피의자의 통화내역(발신 및 역발신 내역, 발신기지국 위치 포함)과 기타 피의자 명의로 가입된 밴드, 밴드 대화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 및 송수신 내역'으로 돼있다.


이는 경찰이 특정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해당 피의자가 가입한 밴드와 그곳에 가입해 있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 및 대화내용까지 요구한 것이다. 이런 식이면 피의자 1명을 조사할 때 수십, 수백명의 지인들까지 손쉽게 사찰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네이버 밴드의 경우 서비스 개시 이후 2년 동안 다운로드 수가 3500만, 개설된 모임수가 1200만개에 이른다. 네이버 측 통계에 따르면 밴드에서 가장 많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의 경우 가입한 밴드수가 97개, 연결된 친구수가 1만6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네이버 밴드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요청시 확보할 수 있는 개인 정보는 방대하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네이버 밴드의 이용자 수와 개설된 모임 수 등을 감안하면 경찰의 밴드 가입자 정보 및 대화내용 요청은 개인 사생활 침해를 넘어 엄청난 규모의 대국민 사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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