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 서울 영등포지점에서 17억, 11월 창원지점에서 14억 규모로 발생한 고객돈 횡령 사고에 대해 회사 측은 해당 직원의 '개인 비리'로 자체 결론을 냈다.
30일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통화에서 "회사는 개인의 비리로 결론을 냈다"며 "검찰에 고발해서 수사가 진행 중인 건이며 회사가 비리를 방조한 게 아니라 내부감사를 통해 밝혀 낸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관련법에 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증권사는 자체적인 감사를 시행한 후 금감원에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관계자가 말하는 '내부감사를 통해 밝혀 낸 것'이란 금융사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
이 관계자는 또 '직원의 비리'라 하지 않고 '개인의 비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 회사를 믿고 소중한 돈을 맡겨 횡령 사고를 당한 고객들에 대해 미안하다는 표현은 없었다. 오히려 '횡령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졌다'는 변론이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 이와 같은 횡령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한 관리방안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세웠지 않겠나"라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일요경제> 기자가 이 관계자에게 '회사가 무엇을 미안해해야 하는지'를 지적하고 수차례 되물어서야 볼멘소리로 "당사 직원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죄송하다"면서도 "이것은 당연한 말이므로 생략한 것"이라 말했다.
<머니투데이>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한국투자증권 창원지점의 한 직원이 고객들의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선물 옵션거래에서 3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혔다.
이 중 16억원 상당은 해당 직원의 장인과 장모가 맡긴 돈이며, 나머지 금액이 일반 투자자들의 것이었다.
앞서 지난헤 3월에는 서울 영등포지점의 또 다른 직원이 고객돈 17억원을 횡령한 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회사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나 금감원에 사건을 신고하고 피해자금은 고객들에게 변제 조치했다.
해당 사건은 영등포지점 차장으로 근무 중이던 해당 직원이 고객 명의의 출금신청서를 위조하거나 신청서 여분을 몰래 챙겨놓는 수법으로 고객의 돈을 빼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2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고객자산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출금신청서에 고객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해 50여 차례에 걸쳐 총 13억여원을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그는 고객이 위탁계좌를 개설할 때 몰래 여분의 출금신청서를 만들어 보관해놓고 임의로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수법으로 총 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도 함께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직원은 빼돌린 돈을 본인의 채무를 갚거나 투자손실 고객의 손실금 변제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증권사 직원으로 다수 고객들의 명의로 돼 있는 문서를 반복 위조·행사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총 피해액이 17억원에 달하는 등 피해가 중하다"고 판시했고, 그는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회사 측은 이 일련의 사건들을 내부감사를 통해 적발했고 관련법에 따라 이를 금감원에 알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직원의 횡령'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직원들의 범행 수법이 매우 대담하고 불량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평소 내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평소 교육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장기간에 걸친 반복적인 횡령 행위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내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임직원이 고객의 도장과 서류를 위조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고객돈을 빼서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회사에 누가 돈을 맡기고 싶겠는가' 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