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전 초반부터 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은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 있는 투자자를 상대로 이날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

이날 인수 가격이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는 절차인 만큼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의 윤곽이 개략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 지분은 산은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감자와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지분 57.5%(약 1955만주)이다.

금호산업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에서 20위에 오른 중견 건설업체지만 진짜 가치는 그 뒤에 얽힌 지분관계에 숨어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을 지배하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거머질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지분 46.00%를 갖고 있고, 금호터미널(지분율 100%), 금호사옥(79.9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 등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재건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 지분 인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하는 과제이다.

금호산업을 먼저 인수해야만 주력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지키고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고속은 지배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매각 제안을 한 상태이며,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우리은행 등 9개 채권기관이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로서 금호산업 인수 후보 1위는 박삼구 회장이다.

박 회장은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은 박 회장이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후 사재 3300억원을 털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대가로 보장받은 권리다.

누군가 박 회장의 자금 동원능력을 뛰어넘는 인수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한 금호산업은 박 회장 품에 다시 안길 가능성이 크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해 "모든 게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 우선매수청구권이 보장된 M&A에서 청구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제3자가 인수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건설의 경우 매각에 잇따라 실패하다가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한 뒤에야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자금동원 능력을 훌쩍 뛰어 넘는 인수가격이 제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이 매물로 나온 보기 드문 기회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어쩌면 두 번 다시 M&A 시장에 나오지 않을 만한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국적 항공사 운영에 관심을 둔 누군가가 박 회장이 엄두를 내지 못할 가격으로 통 큰 베팅을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도 기업과 사모펀드 등을 상대로 배포한 투자안내서를 배포하면서 이번 딜이 국적 항공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회장 측도 자금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우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과 사돈관계인 대상그룹이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박삼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백기사로 나설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밖에 박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사업기회를 나누는 방식으로 대기업을 전략적투자자(SI)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MBK펀드와 IBK펀드, IMM펀드 등 사모펀드들이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최종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가운데서는 호텔 또는 백화점·마트 사업을 하는 롯데나 신세계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CJ는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을 연계한 물류 사업의 효율화를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을 갖고 있는 애경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호그룹과 마찬가지로 광주광역시에 뿌리를 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도 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의향서 제출 단계에서는 실제 유력 인수후보를 가려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등과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나중에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의향서 제출만으로는 인수 구도를 예측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투자자가 인수 후반전에 나타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반기 M&A 시장 최대 매물로 꼽혔던 KT렌탈의 경우만 해도 인수전 초기만 해도 롯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란 예측은 많지 않았다.

결국 인수전의 뚜렷한 양상은 중반 이후에나 드러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매각 주관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은 없지만 SI(기업)들도 이번 매각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대형 M&A 특성상 초반에는 매각 판도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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