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요건에 해당해도 늘어나는 원리금 부담에 포기하기도

▲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은행 본점에서 안심전환대출 가입 희망자가 상품설명서에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일요경제=이재형기자] 24일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각 은행 지점마다 대출 신청자들이 몰린 가운데, 상당수 지점에서는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늘(24일)부터 16개 시중은행에서 공급될 예정이며 우선 총 20조 원 한도로 매월 5조 원 이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으로 몰린 사람들이 은행권 최저 금리인 연 2.6%대 안심대출전환로 갈아타려 했지만, 신청자격이 까다롭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사람들로 한정하고 이 중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거나 고정금리라도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한다. 또한 최근 6개월 동안 30일 이상 연체도 없어야 한다. 게다가 정책자금대출, 2금융권 대출도 전환 신청할 수 없다.

우리은행 본점영업부에서 상담을 받은 최모(52.여)씨는 "2%대 대출이자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서둘러 상담받으러 왔는데 지금 기존 대출이 고정금리 대출이라서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4%대 이자를 내는데 신규 대출의 대출이자가 자꾸 떨어지는 걸보니 속이 쓰리다"며 "고정금리 대출자는 왜 구제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 3.8% 고정금리로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을 받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1억5천만원에 구입한 최모(36)씨도 울분을 토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면 한해 이자만 180만원을 아낄 수 있는데 은행 상담 과정에서 '고정금리라서 자격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부가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해 이를 따랐는데 정부 말을 믿은 나만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내집마련 디딤돌대출’ 등 정부 기금에서 지원되는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도 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장안동지점 창구 직원은 "2%대 금리만 보고 상담하러 오셨다가 기존 대출이 금리 혜택이 있는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의 기금 대출이어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를 듣고 아쉬워하면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고금리 이자 부담 경감이 목적인데...안되는 이유 너무 많아 

한편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시중은행에서만 취급하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은행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다른 자격 조건은 모두 되는데 단지 새마을금고 대출이라서 안 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안심전환대출의 원래 목적은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 아니냐"며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새마을금고와 같은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2금융권은 제외해버리고, 1금융권인 시중은행 대출을 전환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격 요건은 되지만, 두 배로 늘어나는 월 상환액 증가 부담 탓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는 대출자들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김씨는 "고정금리 3.5%를 10년간 유지하고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 현재 이자만 월 58만원을 내고 있다"며 "안심전환대출을 관심있게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매달 120만원 정도로 늘어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소득으로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월 원리금 상환액을 어떻게든 낼 수야 있겠지만, 앞으로 늘어날 것이 뻔한 초·중학생 두 자녀의 교육비 부담에 포기했다는 것.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당장 전환 다음 달부터 이자 외에 원리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조기 소진‘까지 예상됐지만 고정금리대출자, 정책자금 대출자, 2금융권 대출자, 원리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서민 대출자 등에게는 해당하지 않아 안타까움만 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의 말만 믿고 고정금리대출이나 정책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어긋나 벌어진 일인 만큼 이들도 2%대 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심전환대출의 요건 완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고정금리와 분할상환대출을 유도하고자 2011년부터 각종 우대 프로그램을 시행해왔으며 안심전환대출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며 "당시 고정금리로 전환했을 때도 다른 대출상품에 비해 혜택이 컸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본점 직원 총 180명을 신상품 출시로 인해 혼잡이 예상되는 영업점에 파견하고, 40명을 편성해 영업점 혼잡 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원하는 등 영업점에 인력지원도 실시했다. 또한 본점차원에서도 영업점의 문의 증가에 대비해 비상대책반을 운영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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