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물관리사업 백지화…재사업 참여 가능성에 소송도 못해 '전전긍긍'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태국을 방문하여 태국물관리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자원외교로 인한 희생양이 됐다.

이명박 정권 말기인 지난 2012년 수주를 추진했던 11조원 규모의 태국 물관리 사업이 백지화되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최소 150억원 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태국 물관리사업을 위한 기본설계 작업과 인건비로 현재까지 12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사업백지화로 법적 효력을 잃은 B-본드(입찰보증서) 수수료는 약 30억원이 투입됐다.

B-본드란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적절한 이유 없이 중도에 포기하고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보증서다. 보증금액은 보통 예상 입찰금액의 2~4% 수준에서 책정되며 태국 정부는 5%를 요구해 보증서 발급이 이뤄졌다. 그동안 수자원공사가 납부한 입찰보증 수수료만 30억원이 넘는다.

태국 물관리사업은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프로젝트지만 지난해 6월 권력을 장악한 군부 정권이 지난달 27일 입찰 절차를 전면 취소했다. 태국 정부는 최근 입찰보증서를 수자원공사 측에 반환했다.

여기에 기본설계 및 인건비 등으로 투입된 120억원을 더하면 수자원공사는 최소 150억원 가량을 허공으로 날릴 판국이다. 소송을 통해 입찰보증 수수료를 태국 정부로부터 돌려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태국 군부 정권이 짜오프라야강 물관리프로젝트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어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물관리 사업이 재개될 수 있어 공사 입장에서는 현지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해야 한다""태국 정부를 상대로 보증수수료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국 물관리사업이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난해 중순부터 제기됐다. 태국 통합물관리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해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수자원공사 컨소시엄이 20136월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공사로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환기업이 참여했다.

우리 업체들이 수주한 금액은 62000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56%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군부에 의해 실각당하면서 모든 물 관련 사업이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 군부 정권이 통합물관리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언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프로젝트가 재개됐을 때 국내 업체들이 다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만약 태국 군부 정권이 물 관리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아 재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입찰보증 수수료 30억원은 물론 설계비, 인건비 등 이미 투입된 120억원까지 포함 150억원 정도의 금전적 손실을 누가 충당할지 책임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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