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이어 막강한 권한에 두둑한 보수까지 '신(神)도 부러워한다' 는 금융권 감사와 사외이사 자리에 '정피아(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투하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공무원 출신)' 척결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제는 정피아가 자리를 대신하는 형국이다. 대선 캠프 출신들도 자리를 대거 꿰차면서 '선피아(선거캠프 종사자)'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녕 현 정권은 관피아 논란을 들끓게 했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벌인 KB 사태 원인을 이미 모르는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대선캠프 출신, 청와대와 여당과 연줄이 닿은 인사들이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실례로 기업은행(IBK)과 그 계열사들은 '정피아의 놀이터'가 됐다. 대선 관련 조직 출신 인사들로 양종오 IBK캐피탈 감사나 서동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 한희수 IBK저축은행 사외이사 등이 포진돼 있다.


또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도 대선캠프 출신이고 권영상 한국거래소 감사,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 정송학 자산관리공사 감사도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다. 우리은행도 지난 10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융 전문가가 아니면서 현 권력과 친분관계를 이용해 자리를 꿰찼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기관 감사와 사외이사는 경영 상황을 감시하는 엄중한 책임감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정치권 출신들을 내려보내니 전문성보다는 정권 기여도가 인선 기준인지 헷갈릴 정도다.


관피아도 문제지만 여려 측면에서 정피아는 더 우려스럽다. 관피아들은 어찌됐건 수십년간 관련 공직에서 일했으니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볼수 있지만 정피아는 그것도 없다. 규제를 만든 관료가 피규제기관의 요직을 보장받고 규제회피를 돕는 것이 관피아의 문제였다면 정피아는 아예 입법단계에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족한 이들의 행보는 뻔하다. 조직 이해와 관련한 정치권 창구 역할을 할 것이고 유착 우려도 적지 않다. 외부에서 투입돼 조직을 모르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내부 조직원들은 안일해지고 경쟁력은 떨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누차 언급해 왔다. 하지만 발호하는 정피아에서 사라지지 않는 적폐의 고질을 다시 보게 된다. 관피아의 적폐가 고스란히 정피아로 옮아가 곪아 터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관피아 척결 외침은 병폐를 뜯어고치기는커녕 정피아 자리 차지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나쁜 것들이 득세하면 좋은 것들이 쫓겨난다'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없지 않겠는가.


많은 이들이 선임 절차부터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다. 차제에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의 입김에 거수기 역할만 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개선해야 한다. 독립성과 함께 선명성,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청와대는 이러한 비판들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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