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체 팽배한 위기감 반영된 결과

 

20일 SK C&C와 SK(주)가 양사간 합병을 의결한 데에는 SK그룹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 C&C와 SK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간의 합병을 결의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및 지배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통합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C&C와 SK는 각각 약 1대 0.74 비율로 합병하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합병된 회사의 사명(社名)은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SK주식회사'로 결정했다.

양사는 오는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 합병이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병에 대해 양사는 "양사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통합법인은 SK C&C가 가진 ICT 역량 기반의 사업기회와 SK가 보유한 자원이 결합됨으로써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다양한 신규 유망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용이해져 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20일 합병을 통해 SK그룹은 완벽한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게 된다.

재계에 따르면 SK와 SK C&C 합병방식은 지배구조 전문가나 시장 전문가들이 SK 지배구조 개선 방법으로 제시해온 방안이다.

SK그룹이 합병을 결정한 배경은 그룹 전체에서 일고 있는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주력인 통신과 에너지 분야가 시장 한계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내수 산업 한계를 돌파, 글로벌 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합병은 SK그룹 신성장 사업 발굴이라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 C&C는 SK엔카네트웍스와 반도체 디바이스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 추진한다. 해외 사업으로도 확대, 수익 증대에도 기여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액 2조4259억원, 영업이익 2715억원, 순이익 1298억원을 기록했다. SK C&C 관계자는 “기존 옥상옥 형태 지배구조가 문제로 많이 지적됐다”며 “내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무엇보다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SK C&C가 SK를 흡수합병, 실질적 지배회사가 됨에 따라 그룹 내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기존 SK는 사업영역을 갖고 있지 않은 지주회사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건설 SK해운, SK E&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25.2~94.1% 보유하고 있다. SK C&C는 이들 회사 지분을 보유한 모(母)회사가 된다.

합병법인 총수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23.4%,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7.5%를 보유한다. 최태원 회장의 합병 전 SK C&C 지분은 32.9%, 최기원 이사장 지분은 10.5%로 줄어들었다. 합병법인 총수일가 지분은 총 30.9%로 여전히 내부거래 조사 적용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K 소버린 사태를 겪은 최 회장이 실질적 지배회사인 30.9% 지분을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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