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신항 항만배후단지 전경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새로 개발된 부산의 항만배후단지에 입주시켜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공기업 전 부사장과 팀장 등 수십 명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황성구(57) 부산항만공사 전 부사장과 팀장인 김모(55)씨, 정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리고 배후단지 입주 선정위원으로서 업체들로 부터 뒷돈을 받고 도운 협의로 국립대 교수 안모(59)씨 등도 배임수재 혐의로 검거되는 등 총 3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황 씨는 2010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부산항만공사 운영본부장 겸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배후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들로부터 브로커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씨는 또 입주 업체들로부터 휴가비, 명절비 등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3천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1980년 세방 입사 후 30년 동안 쌓은 항해사로서의 승선 경험(4년)과 항만물류·해운현장 실무, 항만하역 실무관리, 항만터미널 운영기획, 운송·창고보관 등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으로 세방㈜ 기획본부장을 거쳐 2010년부터 공사(BPA) 운영본부장을 맡아왔다.

같은 공사에 재직 중인 팀장 김 씨 등 2명도 입주희망 업체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도움을 주고 입주 후 사업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업체들로부터 총 1천만원의 현금을 챙겼다.

안 교수 등 이번 사업의 입주업체 선정평가 위원이던 2명은 업체들로부터 3천만원에서 1억원 가량을 받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준 후 약 2천500만원을 챙기고 이 업체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5개 업체 7명이 뇌물 공여 혐의로 입건됐으며, 입주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 신청 자격을 허위로 꾸며낸 9개 물류업체 18명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인근 산업단지 시세의 100분의 1 수준인 임대료, 30∼50년의 긴 임대 기간, 일정 기간 세금 면제 등 파격적인 우대조건이 업체들로 하여금 단지 입주를 욕심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항만공사가 배후단지의 입주업체 선정부터 관리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로비를 부추기는 구조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최승우 지수대 지능2계 5팀장은 "수사 진행 과정에 중간 뇌물전달자인 브로커 강 모씨 등 2명이 경찰에 관련 사실을 진술한 후 동반 자살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으나 관계자 100여명을 조사한 끝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2005년 시작된 '부산항 신항 항만배후단지 개발사업'은 부산항 배후물류단지를 16조7천억원을 들여 개발, 물류업을 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임대하는 사업인 만큼 이번 사건에서 자격을 허위로 꾸며낸 업체들에 해명할 기회를 주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사업권을 취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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