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문유덕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산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financial + technollgy 의 합성어) 혁명을 금융투자업계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콤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 IT컨퍼런스 2015'에서 핀테크가 우리 자본시장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상황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3~4년 뒤진 상태라고도 지적" 하면서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새로운 변화 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쇠퇴의 길로 빠져든 사례가 무수히 많다"며 "핀테크는 금융회사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가 걸린 문제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적인 핀테크 서비스인 '간편결제'의 경우 뒤늦게 폐지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제로 인해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졌으며, 성장성이 높은 '자산관리서비스'도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전혀 시도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IT기업간 견고한 칸막이, 은행이 주도적으로 이끈 핀테크 산업 경쟁구조, 결제서비스 등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에만 치우친 경쟁, 지나친 규제 등을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았다.

금융투자업계가 핀테크 주체임을 강조한 황 회장은 "금융투자회사는 타업권에 비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금융상품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핀테크와 접목할 경우 금융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가 2000년대 온라인 증권회사를 탄생시킨 점, 지난 2013년 '펀드슈퍼마켓'을 시작한 점 등도 핀테크 산업과 관련한 경쟁력으로 언급했다.

그는 "업계와 정부가 노력해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금융회사와 IT기업이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금융업 종사자, 학계, IT업체 등에서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핀테크 육성이 한국 금융산업에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라며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목받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의 국내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우수 핀테크 기술 기업의 상장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나 지원 등에 기댈 것이 아니라 금융사 스스로 핀테크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도 중요하지만, 새 기술을 이용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외국의 핀테크 모델이 왜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지 아쉬움을 토로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필요한 핀테크 서비스는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