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00여억원 횡령, 100억원대 배임…유전 불구속인가?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회삿돈을 빼돌려 이 중 상당수를 원정도박에 썼다는 의혹을 받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62)의 구속영장이 28일 기각됐다.

 
장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장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에 따르면 장 회장은 동국제강이 해외에서 구입해오는 중간재 대금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불법 무자료 거래를 동원해 회삿돈 2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설비공사 대금을 과대계상해 동국제강의 미국법인인 동국인터내셔널(DKI) 계좌에 입금했다가 손실처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고, 이 중 상당액을 도박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장 회장은 지난 2013년 하반기까지 수년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호텔에서 미화 800만달러(865000여만원) 상당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판돈에 쓰인 자금 중 절반 가량은 회삿돈으로 충당됐다고 보고 있다.
 
100억원대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경영난을 겪은 계열사에 대한 자기지분을 우량계열사가 인수하게 해 일가가 이익배당을 받는 방식 등으로 100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혐의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 장 회장은 대부분 혐의를 시인했지만, 검찰은 일부 참고인에 대한 회유와 진술번복 정황을 포착하고 그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동국제강에 대한 2011년 세무조사 결과와 장 회장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에 대한 첩보를 토대로 지난달 28일 동국제강 본사 등지를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에 나섰다.
 
동국제강과 계열사 임직원 80명을 조사하고 장 회장을 지난 21일 소환조사했다. 미국 원정도박 의혹에 대해서는 미국 금융정보 당국의 자료를 넘겨받는 등 공조수사도 병행해 왔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동국제강 전직 직원과 거래업체 대표 등 2명에 대해 추가 소환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1990년에도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 장 회장은 일단 구속은 피하게 됐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장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네티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전형이라면서 법원의 판단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연예인이 해외에서 도박하다가 물의를 일으킨 것은 법으로 처벌하면서 재벌 총수가 회삿돈으로 800만달러를 쓰며 카지노 도박을 한 것은 쉬쉬하는 법원의 처사에 화가 치민다”며 “장 회장이 법의 심판대 위에 다시 서서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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