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성립 여부, 부당과세 여부, 외환은행 매각승인 적절성이 쟁점

▲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5조원대 투자자-국가소송전(ISD)이 15일부터 열흘간 워싱턴DC에서 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2013년 1월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남기며 '먹튀' 논란을 일으킨 해외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액이 무려 5조원대에 이르는 국가-투자자간 소송(ISD)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이번 소송전은 우리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이는 사실상 첫 ISD인데다가,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걸려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15일 오전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 내 ICSID에서 우리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리를 개최한다.

열흘간 열리는 이번 소송전은 소송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에 외환은행을 사들인 뒤에 몇 차례 매각시도 끝에 올 1월에 하나금융지주에 팔고 한국을 떠날때 무려 4조6천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런데도 한국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면서 ISD에 투자자 국가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무려 46억7천900만 달러(한화 5조1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21일 ISCID에 중재를 신청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1차 심리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절차와 과세 문제를 둘러싼 론스타 측의 주장과 우리 정부의 반론을 청취하는 초기 구두심문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듣는 증인심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론스타는 국내 로펌인 세종과 미국 대형로펌인 시들리 오스틴을, 우리 정부는 태평양과 아널드 앤드 포터를 각각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첨예한 법리 공방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소송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등 6개 유관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워싱턴 현지에 파견했다.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모 방송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국내법은 물론이고 국제법규에 따라 외국 기업을 상대로 차별적이지 않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론스타 측이 중재를 신청한 이후 유관 부처들과 함께 합동 대응팀을 꾸려 모범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정부로서는 이 같은 유관부처들의 합동대응을 통해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송절차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리에는 2007∼2012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승인 과정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금융당국이나 경제부처 수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가 우리나라의 대벨기에, 룩셈부르크 투자협정의 범위내에 있는가?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세금부과가 적법한가?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승인 지연 문제

 

이번 소송전의 주요 쟁점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자회사들을 통해 외환은행, 강남 스타타워 빌딩, 극동건설 등에 투자했던 론스타는 이 같은 투자 행위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자회사들이 실체가 없는 만큼 투자협정으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둘째, 론스타는 또 이 같은 투자협정을 근거로 국세청이 스타타워 빌딩과 하나금융 매각수익 등에 대해 8천억 원대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론스타 자회사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만든 '도관회사(導管會社·Conduit Company)'들로서 투자협정과 무관한 만큼 세금부과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세째,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이 될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지연 문제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천834억 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려고 국민은행 및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차례로 매각협상을 벌이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2012년에 이르러 3조9천157억 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겨 엄청난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천376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매각승인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더 큰 매각차익을 올리지 못했다며 한국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론스타의 헐값 외환은행 인수 의혹에 대한 배임 사건과 외환은행-카드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매각을 승인해 줄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1차 심리에 이어 6월29일부터 열흘간 2차 심리가 예정되어 있으며, 주요 쟁점에 대한 구두심문과 증인심문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ISD는 국외 투자자가 특정 국가에 투자했다가 해당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기구의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통상 최종 판정이 내려지기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되나, 당사자들이 손해배상액에 절충하는 등 합의를 도출할 경우 수개월 내에도 중재가 이뤄질 수 있다.

'먹튀' 논란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론스타가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우리 국민들의 혈세를 달라고 요구하는 이번 소송전에서 우리 정부는 어떠한 대책으로 맞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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