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억 횡령·80억 도박·96억 배임 혐의

[일요경제=임준혁 기자] 회삿돈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카지노호텔에서 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21일 장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상습도박, 배임수재, 외국환거래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장 회장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동국제강 자금 208억원을 횡령해 이 가운데 38억원을 라스베이거스 윈카지노 등에서 바카라 도박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개인 자금을 포함해 81억원을 판돈으로 썼다.

횡령에는 동국제강 국내외 계열사와 산하 제강소가 동원됐다.

장 회장은 인천제강소에서 생산한 파철(자투리 철)을 거래자료 없이 팔아 판매대금 88억원을 챙겼다. 일가가 운영하는 계열사 디케이에스앤드 등에 아들과 부인을 직원으로 등재하거나 가공거래를 하는 수법으로 34억원을 더 횡령하는 등 국내에서만 122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법인 동국인터내셔널(DKI)과 이면계약을 맺고 동국제강과 당진공장이 받을 거래대금 86억원을 미국으로 빼돌렸다. 이 돈 일부와 국내에서 여행자수표로 불법 반출한 13억원을 합해 회삿돈 39억원이 판돈으로 들어갔다. 여행자수표로 달러를 분산해 나르는 데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했다. 나머지는 채무 변제와 펀드투자 손실을 메우는 데 투입됐다.

장 회장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거의 매년, 한번에 길게는 열흘씩 라스베이거스의 윈 호텔과 벨라지오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에는 DKI에 대한 미국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회삿돈을 도박자금으로 쓴 사실이 적발되는 바람에 카지노를 찾지 않았다.

장 회장은 수표 사본을 팩스로 보내 최고 120만달러(약 13억원)의 '디파짓(선불금)'을 건 뒤 최고 VIP에게만 제공되는 전용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했다.

장 회장은 회사에 1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았다.

계열사 페럼인프라 주식의 98.6%를 보유한 동국제강에 배당을 포기시키고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일가가 배당금 5억여원을 독차지했다.

부실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를 철강제품 중개업체로 끼워넣어 부당 지원하고 동국제강에 6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자신이 이 회사에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출자전환하고 우량계열사인 유니온스틸에 매입하도록 지시해 22억원의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장 회장은 2007∼2008년 동국제강 철강대리점 업주에게 거래 혜택을 주는 대가로 골프장 회원권과 BMW 승용차 등 5억6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의 회삿돈 횡령을 도운 거래업체인 K사 대표 김모(65)씨와 전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장 김모(65)씨도 횡령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K사 대표 김씨는 이와 별도로 자신의 회삿돈 19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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