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안목 갖춘 실력 있는 사업자 선정해야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관세청이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내놓으면서 대기업 2곳과 중소기업 1곳을 선정하기로 한 가운데 오는 6월 1일 입찰마감을 앞두고 참여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서울시내 면세점사업권을 놓고 기업들 간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이면 그 운명이 결정 난다.

국내 면세점 시장규모는 2010년 4조5000억 원에서 2011년 5조3000억 원, 2012년 6조3000억 원, 지난해 8조3077억 원으로 폭풍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9조 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규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매출 9500억 원, 영업이익률 10~1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약 25% 수준의 법인세를 감안하면 시내면세점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은 연간 약 700억~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달리 면세점 사업은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의 영향을 덜 받고 중국 관광객 등의 수요가 많아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특수 덕분에 지난해 1분기보다 54.7% 상승한 336억원 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39.5% 증가한 8285억 원을, 당기순이익은 34.5% 늘어난 155억 원을 기록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면세사업을 통해 매출 3조9494억 원, 영업이익 3915억 원을 올렸다. 이는 2013년보다 매출 25%, 영업이익 46%나 오른 실적이다.

특히 호텔롯데의 면세사업은 자사 전체 매출(4조7165억 원)의 83%를, 영업이익(4073억 원)은 96%를 각각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업이다.

이런 이유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오너들이 직접 신규 면세점 사업을 챙기면서 합종연횡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 배정된 2개의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에 대해 신청 의사를 밝힌 기업은 모두 8곳으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신세계그룹(법인명 신세계DF), 현대백화점그룹(현대DF),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롯데그룹, 이랜드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등이며 경쟁률은 3.5:1이다.

또한 중소기업에 배정된 1개에 대해 신청 의사를 밝힌 기업은 유진기업, 하나투어 (에스엠 면세점), 하이브랜드, 한국패션협회, 그랜드동대문DF 등이며 경쟁률은 5:1이다.

                                                   [서울시내 면세점사업자로 입찰예정인 대기업]

 

각 기업들의 시내 면세점 부지는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을, 신세계DF는 중구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명품관 전체를, 현대DF는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2개 층을 사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SK네트웍스는 동대문 복합쇼핑몰 케레스타(구 거평프레야) 3개 층을, 롯데면세점은 동대문 ‘피트인’을, 이랜드는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아울렛 강남점(유력)을, 파라다이스는 중구 SK건설 명동빌딩 3∼10층을 각각 선정했다.

중소기업 중 유진기업은 (구)여의도 MBC 사옥을 하나투어는 인사동 본사를 하이브랜드는 서초구 양재동 본사(하이브랜드몰)를 한국패션협회는 아직 부지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동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면세점사업자로 입찰예정인 중소기업]

 

◆ 6가지 심사 평가표에 의해 운명 갈린다.

관세청은 이번 사업자 선정을 위해 6가지 심사 평가표를 제시했다.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과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대기업 중 몇몇 기업들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 해보았다.(가나다순)

◆ 롯데면세점
국내 1위 면세점이라는 지위에 맞게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 하지만 특혜논란과 독과점 논란이 있어 실제 높은 점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신세계그룹
신세계백화점은 본관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으로 바꾸겠다는 과감한 선택을 했지만 소공동과 명동 일대의 주차난과 버스 주차 공간 부족 등으로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근에 롯데면세점 본점이 위치한 점도 감점 요인이다. 왜냐하면 관세청이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특정지역에 면세점을 몰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 SK네트웍스
안정적인 경영능력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경쟁업체들 때문에 상대적 약체로 분류되고 있다.  동대문 지역은 중소기업 몫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어 동대문을 입지로 선정한 롯데면세점과 함께 최악의 경우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 HDC신라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기존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면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은 만큼 경쟁사 대비 고득점이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용산 아이파크몰은 기존 면세점과는 달리 백화점과 영화관, 마트를 비롯한 기본 쇼핑자원 이외에도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복합 여가시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용산 지역이 관광특구인 이태원과 용산공원, 국립중앙박물관, 남산 공원을 끼고 있어 요우커 등 관광객 유치에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한화갤러리아
지난해 기준 경쟁사 대비 가장 높은 70%대 자기자본비율과 가장 좋은 40%대의 부채비율(43.9%), 차입금 0으로 우수한 재무건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강을 끼고 있다는 점과 63빌딩 자체의 매력이 있지만 여의도의 주변 역사.문화 등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워 보인다.

또 중소·중견기업에 배정된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준비 중인 유진기업이 인근의 여의도 구 MBC사옥을 면세점 입지로 선택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면세점 투자비용 전액을 100%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등 무차입 경영으로 부채비율 제로(0)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인의 경영능력 부분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

면세점이 입점할 삼성동 무역센터도 호텔·카지노·컨벤션센터·도심공항터미널과 인접해 최적의 관광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다. 나홀로 강남이라는 점도 높은 점수로 연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만큼 관리역량 부분에서 경쟁사 대비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은 탄탄한 재무건정성을 바탕으로 한 경영능력과 나홀로 강남이라는 입지 조건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며 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을 만큼 관리역량, 경영능력에서 높은 점수가 예상되고, 입지 역시 경쟁사 대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쟁쟁한 경쟁사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롯데면세점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혜논란과 과점논란 등의 부정적 여론이 걸림돌로 작용해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불리한 입장이며 한화갤러리아와 신세계는 현대백화점그룹과 HDC신라면세점을 뛰어넘을 정도의 뚜렷한 강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로 이번 시내면세점 사업권이 추가되는 셈"이라며 "결국 중국 관광객을 잡는데 가장 유리한 입지와 중국인에 맞는 마케팅 능력, 상품 소싱 능력이 판가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은 하이난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조성해 해외 면세점을 찾는 자국민 수요를 잡겠다고 나섰고, 일본 또한 면세점 확대에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떤 기업이 선정되든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 있는 사업자가 선정되어 우리나라가 국제 면세점사업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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