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교차하나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염두에 둬야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인 연 1.5%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11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0.25% 포인트 내린 후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또 내린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메르스사태 추이와 그 파급영향이 아직 불확실하긴 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하 조치에 따라 은행권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도 순차적으로 하락할 전망인 가운데 다양한 분야에 걸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금리인하에 따른 전문가들의 반응과 함께 우리생활에 미치는 효과와 파장을 예측해 보았다.

◆ 각계의 반응

먼저 이번 금리인하조치에 따른 각계의 반응도 희비가 교차하는 소비자만큼 다양하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메르스 사태로 실물 지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영화관을 가지않고 백화점 손님이 줄었다는 이유로 금리를 내린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으며,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금리 인하가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며 "일단은 심리악화를 방어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박동민 대한상의 상무는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 큰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메르스 때문에 얼어붙은 소비나 투자심리개선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심리 회복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특히 할부금융 이용율이 높은 중대형차나 RV판매는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긍정적인 효과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금리인하 조치에 따라 주택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주택거래량과 가격에 강한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올 3월부터 석달 연속으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투자 목적의 주택 구매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인하로 금융상품에 투자매력이 감소된 상황에서 더 이상 은행에 묻어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 LTV, DTI 완화조치가 이어지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는데도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화강세로 고전중인 수출기업에도 금리인하가 조금의 도움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리인하로 인해 예상되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발표된다면 부정적 요소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 부정적인 효과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이자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금리인하조치로 인해 은행에 10억원을 예금해 놓아도 이자가 한 달에 130만원도 안되게 됐다. 당장 다음달부터 이자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전세난에 시름하는 서민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로 인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 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시장이 빠르게 월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전세금을 받아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했던 임대인들이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빠르게 월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여 전세난으로 인한 고통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가 인상될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며 이럴 경우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대출이나 제2금융권을 이용해 해결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이자가 매우 낮아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약 34만명(약 33조9천억원)이 이 대출로 갈아탔었는데 문제는 안심전환대출이 이자가 낮은 대신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구조라 상환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환이 연체되면서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하우스푸어' 라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 금리도 따라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를 인하한 국내와 달리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발표된다면 국내에 머물던 자금이 일시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여 불안요소가 잠재된 상태다.

지난 5월 재닛 앨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겠다"고 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IMF에 이어 세계은행에서도 미국의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권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상반되는 전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며 미래에 닥쳐올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점은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라는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므로 현재의 장점만 보고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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