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금인출을 위해 줄지어선 그리스인들 (사진=연합뉴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그리스 사태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이 패닉에 빠졌다.

28일(미국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FT)는 그리스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하고 난 후에도 '용감하게' 투자를 계속한 헤지펀드가 40~50여 곳이나 된다면서 그리스 디폴트가 가시화하면서 투자금을 잃을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1년 전만 해도 그리스에 투자한 해외 헤지펀드는 100여 곳에 이르렀으나 지난 1월 긴축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집권하면서 절반가량이 그리스에서 발을 뺐다.

시리자 주도의 그리스 정부와 유로존 채권단이 구제금융 협상에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박'을 기대하고 남은 절반가량의 헤지펀드 대부분은 지난 2012년 그리스 민간부분의 채무를 국채로 돌린 것에 300억 유로 가량을 투자했다.

거물급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아인혼과 존 폴슨이 그리스에 투자한 금액을 합치면 100억 유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국채 말고도 헤지펀드는 은행주에 대거 투자했다.

그리스가 29일(월) 아테네 증시 휴장을 결정해 당장 은행주의 하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 지원을 중단할 경우 은행권의 파산은 불가피해진다. 또 채권단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디폴트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 구제금융은 30일 만료될 예정이지만,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사이의 구제금융 연장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대신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을 오는 5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NYT는 최근 몇 달 사이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시리자 정부가 구제금융 협상에 어떤 태도로 임할지 알아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그리스 라디오를 청취하거나 다른 회사를 고용해 동영상 속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나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몸짓이나 목소리 톤을 분석해 이들이 진실을 얘기하는지 알아내려고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기자들로부터 정부 소식을 들으려 하는 헤지펀드 관계자들도 많아졌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보통 헤지펀드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지만 그리스의 경우 헤지펀드끼리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그리스 여행 때 함께 식사하면서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 잦았다고 NYT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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