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8명 중 이완구 홍준표 불구속기소, 나머지는 불기소

▲ 성완종의 눈물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세상을 등진 지 3개월이 다 돼 간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남기고 간 '성완종 리스트'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벌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일 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8명 중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확인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하고 남은 6명은 불기소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전달받은 1억원을 홍 지사에게 건넨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도 홍 지사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사건 수사 초기에 경남기업 회계 자료 등을 파쇄하고 회사 자금지출 내역 등 증거물을 숨긴 혐의를 받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씨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간 수사결과를 2일 발표했다. 4월 12일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한 지 82일 만이다.

▲ 성완종 리스트 수사 과정

검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과 관련해 노건평씨의 측근이 운영하는 H건설사에 경남기업이 하도급 금액을 과도하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기업은 2007년 5월 H건설사와 27억여원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 대금은 2009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지급됐는데, 성 전 회장의 특사 결정 사흘 전인 2007년 12월28일 5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12월28일에 특사 대상자 74명에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같은 달 30일 청와대가 법무부에 성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를 올릴 것을 추가로 요구해 같은 달 31일 성 전 회장의 사면안이 통과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H건설사에 계약 액수보다 더 지급한 5억원이 특별사면 대가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어서 건평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홍 지사는 옛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2011년 6월에 1억원을,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했던 2013년 4월에 3천만원을 성 전 회장에게 받고도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기춘(76)·허태열(70)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68), 유정복 인천시장(58), 서병수 부산시장(63),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60) 등 친박 핵심 인사 6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그 중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금품거래 의혹 시점이 2006년이어서 이미 공소시효를 완성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나왔고, 남은 5명은 무혐의 처분됐다.

수사 과정에서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과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소환에 여러차례 불응함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로비를 벌인 정황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는 비밀 장부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 초반 수사력을 모았지만 그런 장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부장 등 성완종 전 회장의 측근들은 증거를 숨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 로비를 벌인 장본인인 성 전 회장은 세상을 떠났고, 그의 측근들은 구속기소, 리스트에 오른 대부분 인사는 불구속이거나 무혐의, 증거는 못찾았다는 얘기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세상은 왜 떠들썩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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