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하반기 경기여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과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소비의 발목을 잡으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곤두박질쳤다.

전기대비 국내총생산(GDP)는 0.3% 증가해 2009년 1분기(0.1%)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따라 하반기 정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이 집행되더라도 사실상 3% 성장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예상치인 3.1%는 물론 한국은행이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8% 성장률 전망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6%로 예상했고, ‘20조원 추경’을 전제로 3%대를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도 추경예산안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통과되자 곧바로 2.6%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1~2회의 금리인하를 전제로 3%를 예상한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사실상 2%대로 성장률 추청치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외 다수의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 안팎으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내부적으로 3~4분기 성장률이 1%대 이상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성장률 전망을 다시 낮춰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하반기 경기여건에 따라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과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 추가 금리인하 전망 나오는 이유는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추경 편성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일시적·단기적 자금투입만으로는 제조업 생산성 및 수출 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가 심화될 경우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최근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고 수출부진도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라며 “추경에도 불구하고 8~9월 성장세가 뚜렷한 개선세가 없다면 추가 금리인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 팀장은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여의치 않을 경우 10월이나 11월경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측했다.


◇ 美 금리인상 앞둔 상태서 추가 금리인하 무리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에서 자칫 국내 경제상황만을 고려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가는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돼 금융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통위원을 역임했던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6월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고, 정부 추경예산도 편성됐기 때문에 일단은 경제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금은 단기적 통화·재정정책보다는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경제 구조적인 문제를 바꿔야할 시기”라며 3% 성장률 달성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신중한 한국은행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7월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4차례 내렸지만 성장률 수준을 특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외여건 변화나 일시적 충격으로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경기대응 측면”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한은 고위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성장률 달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금리인상을 앞둔 시기에 국내 경기만 생각할 수 없다.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금리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조치에 앞서 정부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해 사실상 DTI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사전조치가 아니었나"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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