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요청서 위조해 개인회생…'사기회생' 구속기소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중견 패션업체인 신원그룹이 박성철(74) 회장의 편법경영, 세금탈루 등에 이은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 드러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 회장은 지난 12년간 단 한주의 주식도 없이 이 회사를 편법 경영해 왔다. 국세청은 지난 세무조사 과정에서 박 회장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확인하고 박 회장에게 190억원 상당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추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국세청은 지난 8일 박 회장을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부실기업 사주가 워크아웃(기업개선협약)이나 법정 관리 등 기업회생 절차를 이용해 차명(借名) 등으로 경영권을 되찾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수백억원대 개인회생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위반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박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신원그룹 부회장을 맡은 박 회장의 차남(42)도 수십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7∼2011년 차명재산을 숨기고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밟아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책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넘는 재산을 남의 명의로 숨기고 각종 편법을 동원해 채무를 탕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거액의 차명재산을 갖고 있었다.

박 회장은 300억원대의 주식과 부동산을 차명으로 갖고 있었으나 "급여 외에 재산이 전혀 없다"고 채권단을 속였다. 파산·회생 사건 재판부에는 신원의 차명주주들 명의 면책요청서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직원의 친인척 명의로 허위채권을 만들고 자신의 급여에 대한 압류명령을 받는 수법으로 급여를 계속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자택 역시 압류 직전 회사가 낙찰받도록 한 뒤 공짜로 살았다.

이 차명재산은 신원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자택을 제외한 전 재산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신원의 5400억원 상당의 채무를 감면받았지만 부동산 등 거액의 차명재산을 은닉하고 있었다. 여기에도 박 회장의 사기 혐의가 짙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은 면했다.

숨겨둔 재산은 2003년 워크아웃 종료 이후 경영권을 회복하는데 썼다. 페이퍼컴퍼니인 광고대행업체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 명의로 신원 지분의 28.38%를 사들였다. 박 회장은 부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이 회사를 통해 회장 자리를 유지했다.

박 회장에게는 차명재산으로 주식 등 거래를 하면서 소득세와 증여세 25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당초 조세포탈로 고발된 박 회장을 수사하면서 사기파산·회생 혐의를 포착했다. 박 회장의 차남이 2010∼2012년 신원 자금 78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빼돌려 주식투자 등에 써버린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2013년 횡령액을 전부 변제한 점 등을 감안해 아들까지 구속하지는 않았다.

박 회장 부자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 박 회장은 자숙한다는 뜻에서 이달 13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하고 구속수감됐다.

박 회장이 불법적으로 빚을 탕감받고 회장직을 유지해온 방식은 기업회생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경영권을 되찾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례와 비슷하다.

검찰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신원그룹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정·관계나 금융계에 금품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도 포괄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파산·회생, 사기 등 핵심 혐의를 새롭게 발굴된 만큼 이번 수사를 통해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예금보험공사 등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기회생 피해가 회복되고 정직한 실패자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