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노믹스 100일’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일각에서 “경제 활성화는커녕 퇴보 중” ‘가계도 빚더미, 나라도 빚더미’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절반은 성공했다”며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30개 경제 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것.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최노믹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최경환 경제팀이 정책 과제를 잘 이행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확장적 재정 투입으로 경기 회복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는 답도 68.7%로 나타났다. 최장관이 들으면 고무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최장관이 장담한 내년도 4%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리막길을 걸었다. 박정희 정부는 연평균 10.3%(1970~1979)였고, 전두환 정부 때는 ‘3저 호황’(저달러 저유가 저금리)으로 10% 고성장을 지속했으나 노태우 정부 8.6%, 김영삼 정부 7.1%, 김대중 정부 4.6%, 노무현 정부 4.3%, 이명박 정부 3%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 통계가 주는 의미는 간명하다. 향후에도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대외적 여건도 좋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유로지역은 향후 2~3년간 저성장이 불가피하고,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중국 역시 7%대로 둔화된 상태다. 우리 경제는 중국경제가 기침하면 독감에 걸리는 구조다. 한국의 해외 수출 중 26%룰 차지하는 중국이 경착륙하거나 금융 위기를 겪으면 그 충격파는 감당하기 어렵다.


내부적 요인은 더 낙관을 불허한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자영업의 몰락으로 소비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최장관이 연신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대기업은 먼 산 보듯 한다.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고 아무리 엄포를 놔도 대기업은 한쪽 귀로 흘릴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은 이제 더 이상 고용 창출에 기여하기 어렵다. 살벌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대기업으로서는 국내 고용 사정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대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임금을 팡팡 줘서 소득이 많아진 월급쟁이가 지갑을 열고……. 최장관의 ‘드림’은 이밖에도 많다. 수출을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부동산 경기를 띄우고 가계부채는 줄여 경제성장 4%를 달성한 유능한 장관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각종 경제지표는 ‘드림’보다 ‘리스크’를 대비하라는 경고음을 발한다.


최노믹스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연상시킨다. 그 근간은 확장적 재정 지출이다. 재정 지출은 유동성을 확대시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일시적이다. 과거 일본의 정치인들은 GDP의 200%가 넘는 공공채무에 아랑곳없이 재정적자정책을 고집하다 결국 장기 디플레에 빠졌다. 향후 한국 경제도 디플레이션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의 금융분석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2007년 저서 〈블랙 스완〉에서 증시 대폭락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을 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관측값으로 정의하면서, 경제 공황이나 미국의 9·11테러를 예로 들었다. 예측은 적중했다. 해를 넘겨 뉴욕의 월가는 초토화됐고 월스트리트발 금융쓰나미는 세계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른바 ‘피의 월요일’이다.


국회예산정책처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국가채무시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시계는 우리나라 국가 채무를 초 단위로 표시하고 있다. 이 시계는 국가와 공기업의 부채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이 아닌 숫자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1997년 기업과 은행의 부실로 IMF라는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겪었다. 재정적자 확대는 자칫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가와 공기업의 채무가 늘어나면 3~4년 후엔 신용등급이 강등돼 자본이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외국인 채권 보유 비중 가운데 12%(2017년 경에는 20% 추정)를 차지하는 중국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상상하기 어려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1997년 IMF 때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정부와 가계가 부담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기업이 빚쟁이에 몰려 위기가 발생하면 그 빚은 누가 갚나. 우선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막겠지만 결국엔 가계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계 빚 1000조가 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금모으기 운동’도 어려울 것이다.


미래의 블랙스완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고군분투하는 최경환 경제팀에게 검(劒)에는 양날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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