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명성 되찾으려면 계열사 지배구조 공개하고 새출발해야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분쟁을 예의주시해오던 정부가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 경영권다툼이 심각해지자 정치인들도 재벌개혁에 한목소리를 낸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조사에 나설 뜻을 내비쳤고,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정당국이 움직일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일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분위기는 모두 갖춰졌다. 다만, 롯데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보여지나 이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롯데의 지배구조를 문제삼기 시작한 정치권에 이어 공정위가 5일 롯데그룹에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L투자회사,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이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알려졌을뿐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어떤 고리로 연결돼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계 5위 기업의 지배구조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도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향후 대응을 위해서는 일본과 연결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움직인 것으로 보여진다.

공정위에 이어 금감원도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4곳에 대표자와 재무 현황 등의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세청은 지난달 초 롯데그룹 계열의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기적으로 경영권 분쟁 이전에 착수한 만큼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게 국세청 입장이지만 롯데와의 연계성을 부정하기에는 일러보인다.

일각에서 국세청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대홍기획에 대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쥐고 있다.

관세청 역시 롯데면세점의 특허 갱신이 민관 특허심사위원회 소관이라며 발을 빼고 있으나, 언제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일각의 시선이다.

정부는 이같이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당장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사용하기보다는 먼저 롯데 지배구조 파악을 위한 시간을 벌면서 롯데 측에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

최 부총리의 발언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충분히 느껴졌다.

최 부총리는 롯데그룹 일가에 조속한 분쟁 해결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이에 상응하는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이런 분위기를 롯데 3부자가 모를리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계열사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출발하는 계기로 삼지 못한다면 롯데는 예전의 롯데 명성을 이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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