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당위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그렇고, 막대한 적자를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한국납세자연맹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을 받은 퇴직 공무원은 모두 36만명을 넘었으며 1인당 월평균 지급액은 207만5745원이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 2001년부터 기금이 바닥났다. 나라 재정에서 부족분을 채워주고 있는데 세금으로 보전한 적자액이 2001년 이후 총 12조2265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2조원의 적자가 난데 이어 올해 2조5000억원, 오는 2018년 약 5조원으로 적자규모가 늘고 2020년에는 누적적자 규모가 7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메워야 할 금액이다.


재정 고갈로 국민 혈세로 보전 받으며 일반 국민연금의 몇 배에 달하는 연금을 지급하는 현 구조가 지속된다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적 갈등만 깊어질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에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인식은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선 차기 선거를 감안해 공무원 사회를 적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개혁안 처리 시점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듯한 분위기가 우려된다.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입을 빌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올해 안으로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반면 새누리당 일각에선 내년 4월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속도를 붙이지않으면 공무원 사회의 반발 등 변수와 겹쳐지며 처리일정이 한없이 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95년, 2000년, 2009년 세 차례 시도에서 공무원의 반발과 정부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대처로 결국 공무원들이 주도하는 ‘셀프개혁’에 그쳤지 않은가. 결국 그간공무원연금 개혁 시도는 정부와 정치권의 소극적인 대처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개혁에서도 현직 공무원 105만명과 공무원 연금 수급자 35만여명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다. 특히 공무원들의 가족까지 감안할 경우 '표 득실'에 철저한 정치권에겐 난제 중의 난제임에 틀림 없다.


다행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3일 작심한 듯 공무원연금 개혁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국면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이미 총파업과 함께 정권퇴진 운동까지 예고하고 있지만 그것을 겁낼 일은 아니다. 당정청과 야당은 개혁 추진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전체 국민들의 눈길을 더 두렵게 여겨야 한다.


저항이 거센 개혁정책일수록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추진해야 하는 게 맞다. 그렇다고 졸속 개정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는 일에서부터 진행돼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개혁의 원칙을 세우고 공적연금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정청은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 야당과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여론도 적극 수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야당도 빨리 대안을 내고, 여당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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