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이은 '광풍' 이마트로 유통업계 칼바람 불 듯

▲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아들 정용진 부회장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최근 롯데家 형제의 '막장' 경영권 다툼으로 정재계에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그룹과 유통업계 양강(兩强)을 다투는 신세계그룹도 사정의 칼바람이 정조준하고 있다.

올해들어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과 국세청이 두 차례의 강도높은 계좌추적과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지난 10일 한 언론에서 국세청 조사4국의 신세계그룹 주식 이동 조사 결과 이마트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넘어간 차명주식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을 확인했다고 단독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열흘이 지났음에도 20일 신세계 관계자는 "차명주식이 발견된 것은 없다"며 "해당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조사4국이 한번 떳다하면 추징금은 당연하고, 탈세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면 신세계도 분명히 각오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비상식"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5월부터 국세청은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공조해 조사를 벌였다.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차명주식 무더기 발견

지난 5월 19일 국세청은 이마트 서울 성수동 본사에 50여명의 현장인력과 40여명의 조사인력을 투입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세무조사는 조사 4국이 투입됐으며 앞서 검찰이 실시한 신세계의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사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신세계의 수상한 자금 흐름과 관련된 특정금융거래정보를 넘겨받아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이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3월 17일 계좌 추적을 진행했고, 이 때는 대주주가 법인 재산을 임의로 꺼내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검찰 수사의 초점을 뒀다.

신세계의 법인 당좌계좌에서 발행된 당좌수표가 물품 거래에 쓰이지 않고 현금화된 경위였다. 현금화된 돈 가운데 일부가 총수 일가의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보고 검찰이 수사를 한 결과 신세계 명의의 당좌계좌에 입금된 6-70억원의 뭉칫돈이 당좌수표로 인출된 직후 현금으로 교환되는 방법 등을 통해 상당 부분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현금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차명주식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차명주식은 신세계 계열사 자금지원이나 해외 페이퍼 컴퍼니 등과 관련해 해외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부회장 등에게 입금된 돈이 구체적으로 얼마인 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6-70억원 전체가 횡령· 배임액으로 인정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득금액이 5억원만 넘어도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은 증여세 포탈 등 조세 탈루 혐의를 잡고 곧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적인 세무조사 외에 조사를 받는 기업이 세금을 탈루한 흔적이 나타났을 경우 진행된다. 이중 장부를 기록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행위, 허위 계약서 작성 등으로 조세포탈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기 위해서라는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만약 차명 주식이 비자금으로 드러날 경우 배임, 법인세 조세 탈루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차명 주식거래로 부당이득을 거둔 대주주에는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 대해선 증여세를 물릴 수 있다. 주식에 대한 배당금을 차명 소유인이 아닌 실소유주가 가져가 소득세 탈루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신세계그룹 차명주식 처음 아냐

신세계그룹은 지난 2006년 세무조사 때도 차명주식이 발견돼 수천억원대의 증여세를 낸 바 있다.

지난 2007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은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6800억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 147만여주를 증여받고 내야할 증여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납부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에게서 증여받은 주식 84만주(지분 4.46%)에 대한 세금으로 납부세액 2천억원에 해당하는 신세계 주식 37만7400주를, 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물려받은 주식 63만4571주(3.37%)에 대해 증여세 1500억원에 해당하는 신세계 주식 28만5556주를 납부했다.

당시 3500억원에 달하는 신세계 주식 66만 2956주(3.5%)를 국세청에 납부한 것으로, 재벌들의 상속·증여세 납부사상 최대 규모였다.

국세청은 지난 2006년 신세계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 주식 일부를 계열사 임원의 차명계좌에 넣어둔 것을 확인했으나 이 사실은 1년 넘게 묻혀있다가 이듬해 10월 국세청 국정감사 과정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2006년 참여연대가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가 대규모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해온 사실을 (국세청이) 포착하고 세금 추징 절차를 시작했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심상정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국세청이 신세계 대주주 일가의 차명보유 주식을 밝혀내고도 과세만 하고 증여세 포탈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 신세계는 신세계와 이마트로 계열 분리됐고, 이마트는 지난 2011년 6월 상장했다.

계열분리 후 처음으로 지난 5월 세무조사를 받았다.

신세계는 2007년 당시 지분관계가 명확하게 정리가 됐으나 이마트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세무조사에서 발견된 차명주식은 대주주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세무조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된 차명주식은 신세계 계열사 자금지원이나 해외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한 총수 일가의 비자금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가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올해 1분기 121억원의 적자 등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차명주식은 재벌그룹의 비자금 조성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CJ도 지난 2006년 세무조사 당시 차명주식이 발견됐고, 2013년 5월 FIU에서 수상한 해외 자금흐름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 수사에 착수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법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이재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경우도 지난 2008년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4조5천억원대의 차명재산이 밝혀져 미납 양도소득세 등 1천829억여원을 냈으며 차명계좌 보유로 인한 증여세도 약 5천억원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의 경우도 지난 2013년 세무조사 중 중대한 위반사례가 적발돼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 조석래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원 박성철 회장도 올해 초 세무조사에서 차명 주식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고 세금 탈루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최근 경영권 다툼으로 재벌가의 도덕성이 여론과 국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에 이어 신세계까지 유통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차명주식이 거론된만큼 향후 수사 방향에 따라 추가적으로 주식시장의 공황까지 이어질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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