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취소명령 내린 인사들 재임용, 해외출장도 제멋대로

▲ 조남풍 재향군인회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체육관에서 열린 '향군 안보결의 및 청년단 전진대회'에서 회원들에게 두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국가보훈처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퇴역군인 모임인 재향군인회(향군)의 조남풍 회장이 국가보훈처의 시정명령을 계속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선거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조남풍(76) 향군 회장의 부적격 인사채용과 자제권고 중인 국정감사 기간 중 무분별한 해외출장 등을 나가는 등 제멋대로 식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보훈처와 향군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보훈처가 임용 취소 명령을 내린 인사 25명 가운데 21명을 재임용했다.

지난달 말 향군 특별감사에서 25명이 공개채용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임용된 점 등을 들어 보훈처는 한 달 안으로 이들의 임용을 취소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사퇴했으나 향군은 나머지 23명을 해임한 다음 21명을 공개채용 절차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춰 다시 임용했다.

▲ 조남풍(76) 재향군인회 회장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 향군회장 선거 당시 조 회장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로, 향군 안팎에서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향군은 이들 가운데 나이가 58세 이상으로, 채용 연령 제한 규정에 어긋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연령 제한이 없는 고위직에 재임용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피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향군으로부터 특별감사 이행 자료를 받아 검토하는 중"이라며 "명령 불이행이 확인되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국정감사 기간과 겹쳐 논란을 빚었던 국외 출장도 보훈처의 자제 권고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

그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으로 출국해 미국·멕시코 순방 길에 올랐다. 다음 달 13일까지 미국 재향군인회 총회에 참석하고 하와이와 멕시코시티 한국 재향군인회 지부 설립 준비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다.

향군 측은 조 회장이 출국금지 상태도 아니고 보훈처 국정감사 출석 일정이 조 회장의 귀국 이후라 문제 없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국감 출석을 회피하고자 귀국 날짜를 늦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조 회장은 지난 29일 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동대문체육관에서 '안보결의 및 청년단 전진대회' 개최도 강행하기도 했다.

이 행사가 올해 사업계획에 없는 점을 들어 보훈처는 승인을 받은 다음 개최할 것을 권고했으나 조 회장은 이마저도 무시했다.

익명의 향군 관계자는 "조 회장이 감독기관까지 무시하며 '막가파' 식 향군 운영을 하고 있어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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