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산은 폐허가 되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붉은 민둥산의 속살을 보였다. UN조차 “산림황폐화가 고질적이라 푸른 숲을 다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전 세계의 산림학자들도 “지구상에 저주받은 산림”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그런 산림이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지구촌 학자들은 어떻게 40년 만에 산림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국토는 황토색이고 사람은 흰색으로 표현됐다. 당시 황폐한 산림은 농산어촌에 사는 농어민들의 삶에도 치명적이었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난리다. 골짜기마다 흙이 씻겨 내려와 논밭을 망가트린다. 황토는 침전돼 하천과 강바닥 수위를 높이면서 매년 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답이 매몰되면서 폐농이 속출했다.
반대로 조금만 가물어도 하천과 강바닥, 산과 계곡은 순식간에 마르면서 만성적인 가뭄이 든다.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는 필연적으로 흉작을 가꾼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국력은 낭비된다. 산이 갖은 담수 능력은 지금의 10분의 1에 불과해 국민들은 항상 물 부족에 시달렸다. 자연생태계는 사막화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이승만 정부는 매년 식목일 행사를 주도하며 조림사업을 수도 없이 구상하고 실시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게다가 나무를 한 토막이라도 내다 팔면 현금을 쥘 수 있는 시절이었으니 생계형을 넘어 기업형 도벌까지 기승을 부렸다. 심지어 ‘한반도의 허파’라 일컬어지던 백두대간과 지리산마저 폐허의 민둥산이 될 위기에 놓인다.
1969년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고질적이라서 치유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던 UN에서도 13년 만인 198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했다. 전 세계 환경정책의 대부라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은 자신의 저서 ‘플랜B 2.0’을 통해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세계적 임목육종학자 현신규 박사 등 대한민국 산림녹화의 선각자와 내무부, 산림청의 관료, 그리고 녹화 조림에 열과 성의를 다한 독림가와 온 국민이 만들어 낸 승리의 역사다.
지난 50여년 산맥이라는 공간에 나무를 심어 푸르게 만드는 일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매진했다. 이것을 산림녹화 버전 1.0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숲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어메니티(Amenity), 웰빙과 힐링으로 새로운 대안산촌을 만드는 것을 산림녹화 버전 2.0이다.
산림녹화 버전 2.0은 산림을 포함하는 과학기술 즉, ICT와 BT, CT 등 첨단기술과 산림업이 융합하는 6차산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산림녹화 버전 2.0에서 새로운 산촌의 일자리를 창조하고 주민 스스로 자립적 복지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촌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귀농귀촌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경쟁력 있는 산촌으로 변화해야 한다.
산촌이 변화하고 산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본 법제가 변화해야 하지만 국회와 산림청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즉, 임야는 산지관리법상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로 구분된다. 보전산지는 임업용산지와 공익용산지로 세분된다. 공익용산지는 공공의 목적이나 공익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반면 임업용산지는 보전산지로 지금까지는 개발이 엄격히 규제되었다.
이제는 보전산지를 다른 각도에서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숲이 너무 빽빽해서 사람이 숲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활용도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활용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는 숲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다양한 숲 체험과 힐링 자원을 가지고 주민이나 산주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주지 못하는 숲은 과거 민둥산과 같은 이미지이다.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죽은 산과 숲을 『활력 있는 일터, 느낌 있는 쉼터, 정이 솟는 삶터』로 재창조해야 하겠다. 산림청은 말로만 '숲과 더불어 행복한 녹색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구호행정기관으로 남아서는 곤란하다. 지금 시작한 규제완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산촌이 새로운 ‘국가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 산림청은 수요자인 임업인과 산주의 입장에서 규제완화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시대적 화두인 복지와 일자리 문제에 대해 우리 숲이 대안을 줄 수 있도록 하자. 일방적인 산림보전정책에서 활용과 소득증대로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산촌에 귀농귀촌을 촉진시켜 도시민과 임업인이 융합한 “산림 6차산업화”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산림휴양기능과 산림치유기능을 도시민과 임업인이 함께 만드는 일자리와 복지를 창조해 내는 것이 산림녹화 2.0의 비전이자 목표다. 이를 위해 보전산지의 규제완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