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못갚겠다"…중도상환 급증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지난 3월말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에 많은 사람들이 수수료를 물고 갈아탔으나 경기침제가 계속되면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다시 수수료를 물면서 상품을 갈아타는 사람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A씨는 5개월만인 지난 8월 다시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야 했다. 김씨의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줄어든데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학원에 보내면서 생활비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원리금을 합쳐 매달 80만원 정도면 충분히 납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고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 대출을 갚게되면서 고민끝에 이자만 갚고 원금은 몇 년 뒤에 일시상환하는 대출로 갈아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의 중도포기자가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심전환대출 가입자 중 다른 대출로 갈아타며 중도상환한 금액이 2348억원에 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안심전환대출 중도상환건수와 금액은 각각 3108건, 2348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거치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5~2.7%대의 고정금리로 전환해 10~30년간 나눠 갚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다시말해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대출자가 금리변동에 따른 충격없이 꾸준히 빚을 갚아나가도록 한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1·2차 판매를 통해 약 32조원이 판매됐으며, 중도에 해지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물게 돼 있다.

5월말 53억원이던 중도상환액은 6월말 520억원, 7월말 1359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8월말 추정치는 2348억원이다.

다른 대출로 갈아타며 상환한 것인데 자금부담 때문에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고 일시상환형 상품으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체금액도 급격히 증가해 5월말 4억원에서 6월말 11억, 7월말에는 31억원까지 증가했다. 8월말 추정치는 64억원이다.

중도상환과 연체는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7월말까지 중도상환의 43.5%(365억원)가 소득하위 1분위 2분위였다.

안심전환대출의 특성상 원리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는 구조이기에 저소득층이 상품을 이용하는 데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학용 의원은 "이제까지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정책금융자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는데, 이번에 수치를 통해 검증됐다"며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이제라도 서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심전환대출의 연체율이 0.01%,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일반상품의 연체율이 0.85%이며, 중도상환율도 안심전환대출이 0.4%, 주금공 일반상품이 3.4%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안심전환대출의 연체율이 더 나쁘다고 말하지만, 수치상으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또 "안심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중도상환을 하는 이유를 주금공에 알아봤더니, 주택을 팔아서 그렇다고 한다"며 "빚을 갚고 (집을) 파는 것이 중도상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3개월만의 숫자를 가지고 중도상환율이 높고 연체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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