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협조 중단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용자 반발 심할 듯

▲ 지난해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당국의 검열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을 발표하고 고개숙여 사과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검찰이 강경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던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1년만에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수사 과정에서 그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었던 2천300여명의 대화명이나 전화번호 등이 검찰에 제공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카카오톡의 사찰 논란은 확산됐었다.

이에 대해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가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더라도 향후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수를 두자 김진태 검찰총장이 법사위 국감에서 "필요하면 문을 따고 들어가겠다"고 말해 논란이 증폭됐었다.

그러나 카카오가 1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카카오 측은 익명화 방식으로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지만 이용자 반발이 워낙 강했던 탓에 1년여 만에 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소지도 있다.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와의 감청 문제를 어떻게 정리했느냐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질문에 "양 기관이 원만하게 제대로 집행하는 걸로 방법을 찾았다"고 밝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에 카카오 측은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카카오는 다만 "지난해 협조 중단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해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또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익명 처리한 사람 중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에 한해 대상자를 특정해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된다"면서 "이 때도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요청하도록 엄격히 절차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 김진태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이어 "디지털시대 정보인권 침해의 핵심은 하나의 영장으로 수십, 수백명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조치로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그대로 수사기관에 노출되던 문제를 개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통신제한조치 협조 중단 이후 디지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이용자 우려와 함께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사회의 서로 상반된 주장과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결과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협조 재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법치주의 역행'이라고 비판하는 검찰에 기세좋게 싸움을 벌였던 카카오가 충분한 고민과 대책마련을 했다손치더라도 1년만에 180도 태도를 바꾼 데에 이용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자들은 카카오가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때마다 영장 불응 방침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 계속되지 않았냐는 주장과 함께 이번 감청영장 집행 협조에 대해 온란인을 뜨겁게 달궜다.

포털 아이디 'lhs9****'는 "비상! 사이버 검열이 시작됐다"고 비판했고, 'houn****'는 "사실상 스마트폰을 쓰는 국민들은 모두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네"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phzi****'는 "감청당해도 별 무리없는 내용들만 주고받긴 하는데, 민주국가에서 사생활 침해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디 'wpqk****'는 "카카오톡 탈퇴해야 된다. 그래야 국민 눈치 볼 줄도 알지. 언제든 감청 가능한 SNS라니. 페이스북이었으면 씨알도 안 먹힐 얘기다"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이용자는 "우리나라 것 사용하면 감청이 될 수 있고 외국 것 사용하면 손도 못 대고. 그럼 우리나라 것 사용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겪한 논란이 일자 검찰은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은 일체 받아보지 않는다"고 밝히고, 카카오 측에서는 익명처리에도 우려가 된다면 비밀채팅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밀채팅은 서버에 암호화돼 저장된다. 온전한 글자가 아니라 특수문자처럼 글자가 깨져 저장되는 식이다"며 "영장은 서버에 남은 대화를 단위별로 끊어서 제공하는 것이라 비밀채팅 내용은 제공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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