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하후상박' 원칙 아래 국민연금과 장기적으로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밝힌 가운데 야당과 공무원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고된다.


새누리당은 27일 공무원연금의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23년부터 연금 지급 시기를 단계적으로 연장해 현행 60세 이상인 연금 지급 연령을 2031년부터는 65세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한 월 438만원 이상 고액 연금을 수령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10년간 연금액을 동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밝혔다.


◆ 2080년까지 재정부담 2천조, 개혁 불가피


새누리당은 이날 재정절감과 '하후상박'식 개혁에 초점을 맞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무원연금 보전금을 정부가 부담함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완화하고 고액 연봉자가 많이 부담하는 식으로 가닥을 정했다.


당정청이 연내 제도 개혁을 마무리하기로 목표를 정하면서 기존 정부안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이 별도의 개혁안을 마련, 이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이한구 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을 위해 정부의 재정부담이 너무 많아 이를 적절한 선에서 줄이겠다는 게 제도개혁 첫 번째 목표"라며 "공무원 연금이 사기업이나 국민연금보다 후한 측면을 개선하면서 생활수준을 위협하지 않도록 적정 수준에 맞추고자 했다"며 당개혁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한구 의원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게 되면 2080년까지 (재정 부담이) 2000조원이 들어가는데 그것은 감당할 수 없다"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개혁안은 기본적인 연금 구조를 '더내고 덜받는' 식으로 바꿔, 이미 재직중인 공무원의 경우 기존 7%인 월급의 연금기금 적립비율을 10%까지 올리도록 했다. 연금 지급률은 현재는 재직연수에 평균소득액과 1.9%를 곱하도록 했지만, 이를 2016년에는 1.35%로 낮추고 2026년부터는 1.25%로 하향 조정토록 했다.


이럴 경우 1998년 9급으로 임용된 공무원이 30년후 6급으로 퇴직할 경우 현행보다 17% 더 많은 기여금을 내고 15% 낮은 연금총액을 지급받게 된다.


2016년 이후 신규 채용되는 공무원은 아예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적립률 4.5%, 1.0% 지급률을 적용받는다. 기여금 납부기간 상한도 현행 33년에서 40년으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연금지급 개시연령도 현행 60세에서 2031년에는 65세 이상으로 점차 높인다.


이미 연금을 받고있는 퇴직자의 경우 정부안에서는 연금액의 3%를 재정안정기금에 불입하도록 했지만, 이를 소득 수준에 따라 최하 2%에서 최대 4%까지 구분해 기여하도록 했다.


여당안이 이날 발표된 가운데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대표 면담을 한 후 3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발의로 입법 발의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 야, '하박상박' 개악안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대해 야당은 '하박상박' 구조의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강기정 의원은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과도한 특혜가 있다고 주장하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비교해 개혁안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는 정작 공무원연금이 갖는 역사성과 특수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해외나 한국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항상 정부와 당사자인 공무원 간 협상을 통해 단일안이 만들어졌다"며 "정부 또는 새누리당이 각각 다른 안을 당사자인 공무원과 협의하는 절차를 무시한 채 졸속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올 초 특수직 연금 3가지인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에 대해 재정을 재추계한 뒤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 해 놓고 공무원연금안을 강행처리하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TF소속인 홍종학 의원은 <일요경제>와 통화에서 "재벌 감세로 국가 재정에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성역으로 두고 공무원연금에만 손질하겠다는 것으로 납득할 수 없는 재정운영"이라며 "재정이 문제가 돼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선후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 공무원노조, 총궐기 투쟁 선포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전국 17개 시·도별로 일제히 '100만 공무원 총궐기 타도 투쟁'을 공언하는 성명을 발표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했다.


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자긍심으로 버텨온 공무원들을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며 국민과 이간질시키는 정권"이라고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비판했다.


이들은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6년에 임용되는 신규 9급 공무원이 20년 재직할 때 받게 되는 연금액은 72만원으로 국민연금 84만원보다 오히려 적다”고 주장했다.


공노총은 1988년 시작돼 최고 가입기간이 20여년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33년 만기 가입자들이 받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공무원연금에는 퇴직금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공무원연금 개편안 추진방식의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행정부공노조는 "국민포럼을 시작한다고 한 24일 공무원연금 실무수장인 안전행정부 성과후생관이 당일 기습적으로 대기발령 받았다. 시행령에 명백히 규정된 민관합동 공무원연금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의무를 해태하는 위법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공노총은 11월 1일 여의도 광장에서 총 궐기 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공무원의 가족까지 7만~10만명 정도가 참여하는 총 궐기 대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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