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이력만큼 수난도 잇따라

▲ '카카오톡 신화'를 이끌며 4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카카오 공동대표를 맡아 4년간 몸담았던 이석우 전 대표가 카카오톡의 신화를 뒤로하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지난 9월 최세훈 현 최고 재무책임자(CFO)와 함께 공동대표 직을 내려놓으며 임지훈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준 이후 2개월 만이다.

10일 이 전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퇴사 의사를 전달하고 경기도 판교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에게 퇴사 인사를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석우 전 대표는 지난주까지 안식 휴가를 다녀왔다"면서 "이날 퇴사가 최종 결정됐으며 향후 행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11년 8월 카카오에 입사해 지난 7월 퇴사한 이재범 전 공동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성공시켰다.

지난해에는 다음과의 합병을 이끌어 냈고, 김범수 의장과 함께 카카오 주요 사안을 결정해왔다.

카카오톡의 성공에 힘입어 카카오는 모바일 서비스 대표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사실상 흡수합병하며 시가총액 7조원대 대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이석우 전 대표는 합병법인 출범 직후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휩쌓였고 이어 최근 카카오그룹 아동 음란물 방치에 따른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공동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최세훈 전 대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았지만, 이 전 대표는 특정 영역을 담당하지 않고 경영 자문역만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역시 경기도 판교가 아니라 서울 한남동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사무실에서 근무해왔다.

이 전 대표는 이력이 화려한 만큼 수난도 많았다.

지난해 10월 1일 다음카카오의 출범과 함께 1주일만에 찾아온 검찰의 카카오톡 메시지 검열로 인한 이용자들의 탈퇴, 감청불응으로 대처하면서 국감출석과 세무조사, 또 지난 9월 카카오택시 상권침해 논란 해명 등을 겪어왔다.

지난 4일에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교롭게 10일 이 전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힌 날 검찰은 음란물 차단 미조치 혐의로 이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긴 이유에 관해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법원이 기업을 상대로 기소 이유 자료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자료에는 카카오가 음란물 유통 차단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조목조목 담겨 있었다.

검찰의 수사 계획이 강경한만큼 이 전 대표가 카카오에 부담을 덜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유추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이 전 대표의 퇴사 결정은 지난해 합병 이후 지난 1년간 합병사 대표로서 많은 일을 겪어오면서 쌓인 피로감과 신임 대표에 대한 배려 차원 등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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