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세계 190여개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제 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끝을 맺었다.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는 10월 12일 발효됐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해외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제약산업, 화장품산업등이 해외 자원의 접근과 취득에 타격을 받게 됐다. 국내법 제정 시 이에 따른 의무준수는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천연물 유래 신약연구개발 분야는 생물자원의 발굴과 생물주권의 확보를 통한 배타적인 지적재산권 확보가 절대조건이 되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희곡을 통하여 강력한 신의 은총이 약초에 깃들여 있다고 표현하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약용천연식물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의 약 절반 정도를 개발 하는데 쓰이고 있다.


약용천연식물의 생화학적 모델을 통하여 개발된 신약으로는 장충화 추출물로 만든 소아백혈병치료제 빈크리스틴, 버드나무껍질 추출물 살리실릭산 합성유도체 아세틸살리실릭산으로 만든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디기탈리스 잎 추출물로 만든 만성심장질환치료제 디기탈리스, 마황 합성유도체 호흡기질환치료제 에페드린, 스타아니 열매 쉬키믹산 추출물 오셀타미비르 성분으로 만든 신종플루치료제 타미플루 등이 있다.


천연물신약개발은 기존의 천연물 유래 단일성분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 추세였으나 미국 FDA가 추출물 의약품을 최초로 승인한 이후로 그 연구개발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약초에 존재하는 강력한 신의 은총을 천연물신약개발을 통해서 구현할 수 있다면 21세기의 새로운 질병 및 만성 질환 퇴치에 유용한 신약을 개발하는데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배타적인 지적재산권 확보에 따른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은 1994년 제정된 DSHEA(Dietary Supplements and Human Education Act)법을 토대로 천연물산업이 급성장하게 되었으며 NIH 산하에 대체보완의약센터와 천연건강보조식품연구실을 설립하는 동시에 연구비를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서 관련 연구 분야의 대학교 및 기업연구소 등을 지원해 오고 있다.


미국이 세계 전통의약의 현대화 연구를 주도하여 오고 있는 가운데 2000년 8월에 미국FDA가 DSHEA의 후속 조치로 Botanical Drugs Guidance for Industry를 제정함으로써 전통약물을 포함하는 생약원료를 이용한 천연물신약에 대한 새로운 등록허가요건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게 되었고 이제는 세계 전통약물의 현대화와 산업화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EU(Hurbal Drugs)와 중국, 일본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천연물신약개발 지원에 대한 국가 지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천연물신약개발 지원 국가연구개발사업은 항상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 이 사실을 체감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거의 없다. 수년전 국가 지원 글로벌천연물신약개발사업이 출범하였고 참여기업들은 국가 지원에 부응하여 3년 만에 소기의 연구목표를 성공리에 모두 달성한바 있다.


그러나 정작 성공한 기업에 대한 후속 마무리 임상 연구비 지원은 중단되어 있다. 복지부, 산업부, 미래부가 공동 지원하여 글로벌신약개발 조기 창출을 목표로 출범시킨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의 임상지원도 받기가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이 기업들은 중소벤처기업의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이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정부지원금 분담 비율이 증가 되는 등 정부 연구비 지원 원칙도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사업화 성과를 청와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목청껏 지적 질 하면서도 그 대안은 항상 겉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천연물신약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 약용식물이 천연물신약개발의 매우 유용한 자원으로서 잘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천연물신약개발은 안전성 및 유효성의 확보가 비교적 수월한 반면에 약효기전 및 품질의 과학화와 표준화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접학문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바로 이순간, 글로벌 천연물신약개발은 현실과 괴리된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지원정책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 제약회사의 글로벌 임상 연구개발비 지원을 위한 국가연구개발정책 수립이 매우 시급하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