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자가 아닌, 경영 잘못한 경영진이어야"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지난달 30일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아시아나항공이 2012년부터 4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을 졸업한 지 1년 만에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무급휴직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조종사를 제외한 승무원·정비사·일반직 등으로 구성된 전국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은 이번 구조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지난 3일부터 김포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고 5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김수천 사장은 작년 말 지점통폐합·희망퇴직과 휴직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김 사장은 ▲ 저비용항공사(LCC) 약진 ▲ 중동계 항공사 확장 ▲ 항공자유화에 따른 경쟁심화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으며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파산과 합병을 거쳐 소수 항공사로 재편됐고 유럽과 동남아계 항공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항공사들이 급성장해 한·중 노선 전면 자율화가 예상되고 한국 사회가 일본처럼 2017년부터 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여행수요 역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특히 영업으로 번 돈으로 빌린 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취약한 손익구조가 4년간 이어지면서 부채 비율이 1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 <사진-아시아나항공노조 홈페이지>

기업이 한 해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누는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좀비기업'으로 칭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4년 연속 1을 넘지 못했다.

김 사장은 지점통폐합과 예약·발권·국내선 공항업무 등 아웃소싱, 희망퇴직과 휴직 등 방안에 대해 "경쟁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한 조치"라며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고용안정을 위해 향후 수년간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고 하지만 노조 반응은 다르다.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예약영업팀 아웃소싱으로 200명 이상, 국내공항서비스 아웃소싱으로 250여명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기존 인력의 업무부담 가중과 각종 복지제도 축소를 예상한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아시아나의 위기는 대우건설·대한통운의 잘못된 인수경영에서 비롯됐다"며 "인수 전 부채비율 200%대의 견실한 재무구조가 인수 후 600∼700%, 차입금을 통한 금호산업 재인수가 결정된 지금은 900%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이익을 내도 이자비용을 충당하느라 당기순손실이 날 수 밖에 없는 재무구조를 만든 것은 경영진"이라며 "구조조정의 칼날은 노동자가 아닌, 잘못된 경영으로 회사를 이 지경까지 내몬 경영진에게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영실패의 결과를 고용 불안을 일으키는 인적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라고 사측에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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