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개회를 하고 있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한국은행이 14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포인트에서 석달 만에 0.2% 포인트 내렸다. 한은이 이같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데는 우리나라 경제의 앞길이 험난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은은 이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0%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경제성장률 추정치 2.6%보다 높은 수치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이어가고 상품 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은은 작년 10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2%로 0.1% 포인트 낮춘 데 이어 석달 만에 다시 0.2% 포인트 내렸다.

새해부터 중국 경제의 불안과 국제유가 추락 등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불안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의 급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 급등하는 등 출렁거리고 코스피는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면 한국 경제는 곧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GDP 증가율은 2014년(7.3%)보다 낮은 6.9%에 그치고 올해는 6.7%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리스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큰 폭의 변동을 나타내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했다"고 우려했다.

또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작년 10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대로 계산했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장중 30달러선이 붕괴될 정도로 떨어졌다.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내수도 낙관하기 어렵다.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등 경기 부양책 효과가 올해는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부채가 소비를 억제할 개연성이 크다.

이미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과거 고도성장기보다 많이 약해졌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에다 기업의 투자 부진 등 구조적 문제가 겹친 것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한은이 그나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까지 떨어뜨리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조정한 것은 정부의 재정정책 등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큰 폭으로 낮출 경우 자칫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7개월째 동결했지만 앞으로 부진한 성장세를 끌어올리려고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정부가 여전히 3%대 전망치를 유지하는 점이 한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경제성장률 목표인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경제적 '팩트'(사실)만 고려했다며 "지난해 성장률이 2.6%임을 감안하면 금년 성장률 3.0%가 낙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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