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수와 류현진의 에이전트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오른쪽)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에게는 천사, 구단주들에게는 악마로 불린다는 스캇 보라스와 같은 스포츠 에이전트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게 될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7일 발표한 '스포츠산업 활성화 대책'에서 올해 안에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4분기까지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운영지침과 우수 에이전트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프로야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함께 에이전트 제도 시행시기를 결정하고, 대리인 조건 등 불합리한 규약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스포츠산업 활성화 대책의 한 축으로 스포츠 에이전트 육성을 꼽은 것은 스포츠 산업의 성장에도 에이전트 제도가 발달하지 않아 선수관리·마케팅·홍보 등 연관산업의 발전이 지체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체부는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스포츠 에이전트의 육성뿐만 아니라 스포츠매니지먼트 산업 육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문체부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스포츠 에이전시인 IMG를 모델로 제시하며 "스포츠매니지먼트 산업을 키우기 위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유망기업을 선정해 지분투자, 프로그램 개발 관련 융자 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주로 선수를 대신해서 구단과 연봉협상을 하고 신규입단, 이적, 광고 출연 등을 담당하는 대리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초대형 계약을 얘기할 때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스캇 보라스가 유명한 에이전트다.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중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는 종목은 프로축구가 유일하다.

프로야구는 2001년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시행시기 미합의 및 절차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제도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KBO는 규약을 통해 에이전트의 자격을 변호사로만 제한하고 있고, 에이전트 한 명은 2명 이상의 선수를 대리할 수 없게 돼 있어 에이전트 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스포츠 에이전트 육성은 스포츠 연관 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선수 권익 차원에서도 그동안 꾸준히 논의돼 온 문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4년 12월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지 않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 기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고 법률지식도 부족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KBO가 에이전트의 연봉 협상 등을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주장했다.

KBO 관계자는 "협상 전문가인 에이전트가 나설 경우 선수 연봉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프로야구 구단의 적자 규모가 해마다 커지는 상황에서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구단의 재정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도 현재 등록 선수 850명 중에서 3% 정도인 30명 정도만 에이전트를 쓸 정도로 에이전트는 소수의 고액 연봉 선수만을 위한 제도"라며 "거대 에이전트가 등장해 프로야구 시장을 쥐락펴락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트 제도가 대부분 모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재정적 기반이 열악한 구단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고, 선수들 간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에이전트를 통한 연봉 협상이 이뤄지면 통계 데이터에 기반을 둔 합리적인 자료가 구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구단은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선수의 연봉을 책정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경영 합리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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