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그룹을 떠나 NH농협금융그룹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인수 초반에 돌던 ‘1000명 감원설’과 달리 희망퇴직 규모는 300~400명 선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합병 이후 추가적인 인력감축을 피할 수 있을지를 두고 금융권은 고개를 젓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 구조조정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임원진이다. 우리투자증권 임원들은 지난 11일 김원규 사장과 감사를 제외한 25명이 모두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재신임 여부는 김 사장과 NH농협금융지주가 협의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과 감사, 사외이사들의 경우 다음 달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거취가 갈린다.

부장 이하 직원들은 오는 21일까지 희망퇴직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20년 이상 근속한 부장급은 최대 2억4300만 원을 지급받는다. 월급 24개월치와 생활안정자금 등을 포함한 업계 최고 대우다. 퇴직규모는 전체 임직원 2900여 명 중 10% 이상으로 300~4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업점은 통폐합을 거쳐 대형화·거점화한다. 반면 본사는 인력감축을 통해 슬림화를 거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새로 신설되는 것은 아웃도어세일즈 정도다. 비용은 줄이되 공격적으로 영업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희망퇴직이라는 카드가 나오기 직전에도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의 임원 경비는 30%가량 삭감됐다. 해외 출장 시에도 임원들은 물론 사장조차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 임원 총사퇴와 대규모 희망퇴직 추진은 차원이 다른 조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미리 배수의 진을 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남의 손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의 손으로 선행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덜 아프지 않겠냐는 의미에서다.

9년 만의 대규모 인력감축

아무리 증권업황이 좋지 않고 수익성이 전보다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투자증권은 업계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그간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슈로 등장할 때마다 은행보다 증권을 탐내는 인수 후보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패키지로 진행된 매각에서도 우리투자증권은 논란 속 인기몰이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함께 묶여 팔린 우리아비바생명이나 우리저축은행이 가치를 마이너스로 평가절하당한 것과 비견된다. 결국 타 계열사에 비해 자존심을 지킨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은 것은 KB금융지주와 경합하던 NH농협금융지주다.

애초 NH농협금융은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다. 과거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증권과의 합병을 위해 옛 LG투자증권을 사들였던 것과 같은 그림이다. 작은 증권사를 보유한 지주사가 큰 증권사를 인수해 업계 판도를 뒤바꾸는 셈이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구조조정 없이 그대로 합병되면 임직원 수는 3770여 명에 달한다. 우리투자증권이 2900여 명, NH농협증권이 870여 명이다. 영업점 수도 130여 개로 명실공히 국내 최대로 올라선다.

그러나 합병 과정에서 인력이 깎여나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옛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이 합쳐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우리투자증권은 2005년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 합병 당시 360여 명의 인력을 명예퇴직 형식으로 줄였다.

이후 9년 만에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또다시 희망퇴직의 전철을 밟게 됐다. 인수하는 입장인 NH농협증권도 지난 15일부터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퇴직규모는 전체 870여 명 중 13%인 110여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증권사는 이르면 내년 1월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투증권은 합병 이후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두고봐야 알 일”이라며 “특히 농협의 경우 옛 세종증권 인수 시 낙하산을 대거 투하한 전례도 있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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