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자리보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오는 8월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 데다 윤상직 산업부장관이 “올 8월 말까지 직을 내걸고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기관장들에게 주문한 상황이다. 하지만 부분 자본 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는 부실 늪에서 여전히 허울적되고 있고, 부실 해외사업 매각만이 살길이라는 주변의 시각과는 달리 실상은 그리 녹록치 못하다. [일요서울]은 한국석유공사의 총제적 문제를 짚어본다.

“석유공사가 경영개선을 위한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니다. 서 사장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13억 불 정도의 자산 매각을 이뤄냈고, 현재도 경영개선 절차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주장이다.
이는 지난 1월 윤 장관이 한국석유공사가 제출한 ‘부채 감축 및 방만경영 개선계획’에 대해 “개별적으로 들여다봤는데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기업들이)여전히 고민을 더 해야할 것 같다”며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경영기준 부족을 꼽은데 따른 해명이기도 하다. 당시 윤 장관은 “석유공사에 대해 지적한 것은 앞으로 4~5년 후 어떤 모습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가장 근본적인 큰 그림을 그리면 거기서 핵심역량과 비핵심역량, 앞으로의 경영계획 등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선방안을 찾으라는 채찍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석유공사에 드리운 검은그림자가 짙다는 분석이다.

서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해외자원투자 손실이다. 석유공사는 2008년 ‘공사 대형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자원 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는데 고른 실적을 내던 해외업체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고민을 안겼다.

해외사업이 부실해지면서 석유공사 실적도 하락세다. 특히 석유공사의 정제 자회사인 하베스트의 실적 악화는 석유공사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경영악화 초래 이유는

석유공사는 2009년 말 하베스트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29억9000만 캐나다 달러였다. 당시 하베스트의 부채까지 떠안는 조건으로 4조 원이 넘는 돈을 내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캐나다 일대 석유 생산광구와 오일샌드 탐사광구를 보유한 하베스트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하베스트의 정제 자회사 ‘날(NARL)’의 부실이 깊어지면서 덩달아 큰 손실을 냈다. 인수 이후 7억2100만 캐나다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7억8190만 캐나다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2010년 인수한 다나 페트롤리엄 또한 인수대금이 무려 2조 원대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아시아와 미주에 집중된 경영거점을 유럽·아프리카 일대로 넓히려는 목적으로 거액을 베팅했다. 다나 페트롤리엄은 영국과 네덜란드, 이집트 등지 광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장량은 1억9000만 배럴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이집트 탐사광구에서 철수하면서 관련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적자가 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멕시코만 생산유전 업체인 앵커홀딩스(ANKOR E&P Holdings)도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이 각각 2793억 원, 3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앵커홀딩스는 지난 2008년 인수한 미국 멕시코만 앵커 생산유전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앵커 유전은 한국석유공사 외 한국투신운용의 앵커펀드가 29%, 삼성물산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앵커 유전은 보유한 MC21필드 광구의 생산시점이 미뤄지고 있고 매장량이 당초 예측치보다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적 기대감이 크게 줄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이어지면서 석유공사는 지난해 7158억 원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3년째 이어진 무더기 손실로 이익잉여금은 전부 바닥나 버렸고 지난해 말 결손금은 5134억 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80%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2.5%포인트 증가했다.

석유공사는 이에 따라 부채감축을 위한 다양한 재무구조개선책을 강구하는 한편 회사살리기에 나섰다.

부채비율을 157%까지 낮추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1조5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캐나다 등 부실 해외사업 정리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경기도 평촌의 본사 부지 등 국내 자산 매각도 추진중이다.

그런데 상황은 좋지 않다. 부실 해외자산 매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영국 석유업체가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히고 실사를 진행했다는 소식은 종종 들리는 듯 했지만 그 이후로 매각 진행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매각도 쉽지 않아

국내 자산 매각 소식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석유공사의 자본잠식이 길어질 전망이고, 이 때문에 서 사장의 ‘교체설’이 고개를 들어 부정여론이 득세하는 실정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북미 현지 석유시장 마진이 악화돼 정유사업체인 날(NARL)과 관련한 손상차손이 컸다”며 “현재 날(NARL)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러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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