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 고려은단 회장(사진)이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고액의 배당금을 최대주주로 있는 오너일가가 몰아서 받은 반면 기부금은 절반 이상 줄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최근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반값 비타민 ‘비타민C 1000’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중국산만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비타민 유통을 둘러싸고 약사들과의 갈등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역풍을 맞고 있는 고려은단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고려은단은 1946년 고 조규철 회장이 개성에서 창립한 뒤 1970년대 조창현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조 회장은 1994년부터 비타민C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0년에 취임한 조영조 사장이 3대째 가족경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배구조 역시 오너일가가 100%를 차지하고 있다. 조 회장이 90.46%, 아들인 조 사장은 9.5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3대째 오너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는 면과는 다르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현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년대비 배당금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에 반해 기부금 액수는 절반가량 줄였기 때문이다.

고려은단은 지난해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은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476억 원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단순이익도 큰 폭으로 늘어나 각각 96억 원, 63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15.98%로 전년대비 12.4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수익이 늘어난 만큼 배당금 도 53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2년 17억 원에서 3배 이상 늘어났으며 배당성향도 83.38%를 기록했다. 배당률도 전년대비 2600% 상승한 3800%에 달했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대비 217% 증가한 19만 원을 지급했다.

반면 기부금 액수는 전년대비 64%가량 줄어든 6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도덕성 논란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에 따라 배당금을 두둑하게 받았음에도 기부금에 있어서는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맨 모습으로 비춰진 것이다.

비타민 논란 어디까지

이 같은 논란은 최근 고려은단이 반값 비타민 논란을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더욱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고려은단은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유통창구로 삼고 반값 비타민인 ‘이마트 비타민C 1000’과 ‘이마트 프리미엄 비타민C’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각각 9900원, 1만5900원 선이다.
시중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자 반값 비타민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5만2000개가 팔려나갔다.

문제는 두 가지 종류로 출시된 비타민임에도 ‘영국산’만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두 가지의 반값 비타민 제품의 원재료는 각각 영국산과 중국산을 사용했다. 그런데 출시 당시 영국산 제품에만 원산지를 표시했으며 홍보 역시 영국산 제품임을 강조했다. 중국산은 원산지 표기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판매 전략은 소비자로부터 마치 두 제품 모두 영국산인 것처럼 혼란을 느끼게 해 꼼수 판매 전략이라는 지적과 함께 도덕성을 질책 받았다.

또한 영국산 원료와 영국산 원료의 가격 차이가 4배 가까이 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반값 비타민 효능 논란도 함께 일어났다. 유통과정의 축소가 가격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보다 중국산 재료를 사용한 것이 더 주요 요인이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고려은단은 지난달 15일부터 중국산 제품도 원산지를 표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은 제품과 표시된 제품이 한데 섞여 팔리고 있다는 소비자의 제보가 존재한다.

또 영국산을 강조하며 홍보에 나섰던 모습과는 달리 ‘중국산’에 대한 옹호 발언을 내놔 눈총을 샀다. 당시 고려은단은 “원료 원산지 표기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대부분의 비타민이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저질 재료라고 할 수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고려은단 측의 설명대로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고,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왜 굳이 ‘영국산’만을 강조했으며 중국산은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쉽게 지우기 힘들다.

그 뿐만 아니라 반값비타민으로 인해 발생한 약사들과의 갈등의 골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고려은단이 반값 비타민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하자 고려은단 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면서까지 강경대응에 나선 상태다. 당시 이들은 “값싼 저질의 원료를 이용해 약국의 반값으로 대형유통마트에 비타민을 공급한 것은 약국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면서 “동일한 원료의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처럼 꾸민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기존에 고려은단이 약국을 통해 판매하고 있던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은 대부분 2만1000원 선에서 들여와 2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약사들의 실제 마진이 3000원가량인데 반값 비타민으로 인해 마치 그동안 엄청난 폭리를 취해온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반값 비타민 유통의 문제가 골목 상권 침범의 차원으로까지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고려은단은 “약사회 측과 원만한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은단 측은 “약사회와 파트너로서 동반성장 하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약사회와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갖은 구설수로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고려은단이 각종 구설수에 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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