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신관식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가상현실(Virtual Reality·RV)하면 먼저 떠올랐던 건 공상과학(SF) 만화나 영화였다.

대표적인 게 일본 만화 '공각기동대'(1995)와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1999)다. 매트릭스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인공지능의 통제에 맞서 싸운 공간은 바로 가상현실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토탈리콜'(1990)도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VR은 이제 정보기술(IT) 업계의 치열한 전쟁터가 됐다.

1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VR 시장(하드웨어+소프트웨어) 규모는 올해 67억 달러(약 8조원)를 찍은 뒤 2020년에는 10배 이상 성장한 700억 달러(약 86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VR 기기(하드웨어) 대수는 올해 1400만대에서 2020년엔 3800만대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VR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자 게임, 여행, 자동차, 요리 등 다른 업계들도 V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만 해도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 소녀 육성게임 '프린세스메이커' 등 VR 버전으로 따로 제작되는 게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VR 기기를 아예 게임기로 '진화' 시키려는 글로벌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HTC의 최신작 '바이브(VIVE)'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HTC는 지난주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MWC 2016)에서 바이브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VR 헤드셋을 쓰고 영국의 버킹엄 궁전을 둘러볼 수 있는 등의 여행 콘텐츠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관광 VR 콘텐츠'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재 VR 산업에서 가장 앞서 나간 기업은 역시 VR 기기 제조사들로 오큘러스, 삼성전자, 구글, HTC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삼성은 V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작년에 오큘러스와 손잡고 만든 '기어 VR'이 선봉에 섰다.

삼성은 지난달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2016년 동계 유스 올림픽' 개막식을 VR로 중계했다. 더 나아가 MWC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7을 '기어VR' 속 가상현실로 공개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삼성은 VR 기기는 물론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더 강화할 계획이다.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장은 "오큘러스로와 이어온 양사간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양질의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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