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에 현대상선 인수 타진했으나 "사업성 없다" 결론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넘기는 위험을 감수해가며 현대상선을 회생시키겠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상선 인수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에 회사채 연기도 실패하며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문어발식 확장을 지양하고 자동차 계열 집중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업체 빅3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글로비스는 최근 정부로부터 현대상선 인수와 관련한 제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글로비스가 해운업을 겸영하지만 자동차 운반선만 운영할 뿐 컨테이너선 등 현대상선의 사업 분야와는 무관해 인수 시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상선 인수 제안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확고한 입장은 자동차에만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며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현대상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비스 측은 "자동차운반선 사업과 상선 등 해운 사업은 근본적으로 달라서 서로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현대상선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은 범현대가라는 점과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라는 물류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는 유코카캐리어스와 함께 국내 자동차운반선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분야 등을 합치면 국내 최대 종합 해운사로 도약이 가능하다.

▲ 현대차그룹은 최근 계열사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상선 인수와 관련한 제안을 받았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수에 뜻이 없음을 밝혔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외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현대제철을 만든 것도 자동차용 강판 등을 만들어 자동차 개발을 위한 수직 계열화 필요성 때문이었다. 최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산하 현대증권 인수전에 현대차가 뛰어들지 않는 것도 똑같은 이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주로 자동차 분야만 맡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 분야는 정태영 부회장이 맡고 있다.

범현대가의 연결고리도 약해진 상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시숙과 제수 사이다. 현 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그룹이 자동차, 전자, 중공업 등으로 분류되면서 내분이 일어 범현대가 내부 사이가 썩 좋지는 않은 상황이라 서로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재벌들이 같은 일가라고 도와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최근 경기 불황으로 자기 기업도 사활이 걸린 판국이라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인수합병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나섬으로써 채무 재조정을 위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사채권자집회에서 회사채 1천200억원의 만기 연장이 불발됨에 따라 이해당사자 전체의 양보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2013년 이후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의 자구계획을 실행해 왔으나 해운 시황 침체와 손실의 장기간 누적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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