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최은영 회장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각 조사 착수

▲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최은영 회장 일가의 한진해운 주식 전량 매각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한진해운이 결국 25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 못한 채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된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이 받아들여지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25일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9시1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해운은 전 거래일보다 24.38% 급락한 1970원에 거래 중이다.

한진그룹은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해운업 환경의 급격한 악화로 한진해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독자적 자구 노력만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자율협약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국내 1호 선사로 당초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의 3남인 조수호 회장이 경영했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타계하면서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한해에만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지난 5년간 쌓인 적자만 8000억원에 육박한다.

2014년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을 맡아 한진해운 살리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진해운의 부실이 한진그룹 전체로 불똥이 튀자 조 회장도 이제 더이상 한진해운을 안고가기 힘들다고 판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대한항공이 2013년 한진해운에 쏟아부은 자금만 1조원대에 달한다.

한진해운의 부채 규모는 작년 말 기준 6조6000억원. 올해 갚아야할 채권만 6000억원이 넘는다.

▲ 25일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한 한진해운 서울 영등포구 본사.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채권단 일각에서도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양사는 그동안 합병을 반대해왔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벼랑으로 내몬 원인 가운데 하나는 비싼 용선료 계약 때문이었다.

용선료는 외국 선주로부터 배를 빌리는 비용을 말하는 것인데 현 시세보다 4∼5배 비싸게 계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5조 7천억 원 가운데 2조 원가량을 용선료로 썼다.

한진해운 역시 7조 7천억 원의 매출 가운데 1조 원 정도를 용선료로 사용했다.

이처럼 재무 부담이 큰 용선료 계약은 대부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체결됐다.

세계경제가 호황일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불황으로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시세를 웃도는 장기 용선료 지급 계약이 해운회사를 침몰 위기로 몰아넣었다.

25일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급락했다. 전 거래일보다 24.38% 급락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25일 장 초반 강세를 보였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에 따라 추가 지원 우려가 낮아졌다는 분석으로 전 거래일보다 4.93% 오른 3만195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더라도 모회사인 대한항공은 여전히 추가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자회사 관련 위험 노출(익스포저)은 9천억원 수준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데다 실적도 항공화물 시황 부진과 장거리 노선 경쟁 심화로 하향 조정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대해 손상처리를 한다면 부채비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에 따라 현대상선과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처음 합병설이 나올 때만 해도 양측은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 체제 ‘퇴출 1순위'가 되면서 정부는 합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국적선사를 잔류시키는 것도 정책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도 합병을 통해 성장했으며, 싱가포르 최대 해운사 넵튠 오리엔트 라인스(NOL)도 작년 프랑스 해운사가 인수해 규모를 키운 만큼 이처럼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의 대형화 움직임도 합병론을 뒷받침한다.

한편 25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최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고 손실회피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최 회장과 장녀 조유경, 차녀 조유홍 씨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최 회장은 2006년 11월 숨진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의 부인으로 과거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해 조세 회피를 한 의혹을 받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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