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해운 최은영 전 회장(좌)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우)은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 거액의 보수를 챙겨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일요경제=신관식 기자]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하고 조양호 회장도 이날 채권단에 경영권 포기 각서를 함께 제출했다. 그런데 그 전에 최은영 회장 일가는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더구나 업계에서 국내 1, 2위를 달려온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경영 부실로 함께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지만 두 기업을 이끈 최은영·현정은 회장이 회사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액의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드러나 허탈함과 배신감을 주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3년 1조3392억원, 2014년 4679억원 등 2년 동안에만 약 1조8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적자를 낸 2013년과 2014년에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모두 97억원을 받아갔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을 경영하다가 부실이 심화하자 2014년 한진그룹에 경영권을 넘기고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바꿔 정보기술(IT) 사업과 외식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자녀들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인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해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2013∼2015년 3년간 그룹 상장사인 현대상선에서 27억원, 현대엘리베이터에서 46억원 등 모두 73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작년에도 현대상선은 6270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현 회장은 9억6천만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현대그룹의 상장 계열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는 3년간 1조61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임직원들에게 일부를 성과급으로 나누기도 했지만 현대상선 지분법 손실에 발목이 잡혀 이익이 줄어들었다.

현 회장은 올해 초 현대상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제3자배정 방식의 증자에 참여해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한국의 재벌 오너.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실적이 악화되고 부실해져도 자신의 잇속만 챙기면 그만인 자리일까.

이들에겐 어차피 회사가 망하든 구조조정되는 수백~수천명의 직원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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