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에서 거리를 행진하는 IS대원들

[일요경제=문유덕 기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과거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장악했던 땅의 상당 부분을 잃어 세가 위축되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테러를 잇달아 저지르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주일 동안 이라크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테러가 발생하면서 모두 2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일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한 바그다드 시장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62명이 사망했으며 17일 하루에만 바그다드의 시아파 거주지 시장과 식당 등지 4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로 최소 69명이 숨졌다.

15일에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0㎞가량 떨어진 타지 마을에 있는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자살폭탄 공격과 총격전이 벌어져 적어도 14명이 사망했다.

IS는 이들 테러 직후 배후를 속속 자처했다.

최근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을 잃으면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전략이나 공격 방식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IS에 충성 맹세한 필리핀 내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IS가 한때 장악했던 이라크 땅을 45%, 시리아 땅을 20%가량 잃었다고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 추정치를 인용해 전했다.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세력이 약해진 데 대한 반격으로 민간인에 대한 폭탄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AP, WSJ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와 미군, 국제동맹군 관계자들 역시 IS가 전선에서 밀리면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려 자살폭탄을 터뜨리는 '무장반군식' 공격을 늘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바그다드에 불화의 씨앗을 뿌리고 국제적인 이목을 끌고자 덜 정교하지만 더 직접적으로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정부군은 17일 시리아 접경지인 안바르주 서쪽 외곽 루트바 마을로 진입했다. 이 마을은 IS가 시리아에서 조직원들과 물자를 끌어오는 장소로 사용된 곳이다.

결국 안바르주 라마디, 히트 등 도시에서 쫓겨나게 된 IS가 장악하지 못한 인구밀집 지역인 바그다드에서 자폭 테러를 강화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더 약해졌기 때문에 더 전통적인 테러 전술을 쓴다고 보고 있다"며 "그들은 과거에 가졌던 준(準)군사적인 능력을 그만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가 정정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IS가 이라크 정부를 와해시키려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질적인 종파간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미 궁지에 몰린 하이데르 알아바디 정부가 IS의 잇따른 테러로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알아바디 총리는 종파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전문 관료 출신으로 구성한 내각 후보자 명단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일부 후보자에 대한 의회 표결이 무산되면서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와 그 추종자들은 거세게 반발해 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시아파 시위대가 정부 청사와 의사당, 외국 공관이 모여 있는 '그린존' 방벽을 넘어 한때 의사당까지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그 이후로 이라크 정부는 거의 마비 상태에 있다.

이라크 안보 관리들은 정정 불안으로 정부가 IS 격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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