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체 차입금 5조5천억원 중 단기 금융부채도 3조2천억원

 

이랜드그룹이 과도한 인수합병과 사업확장으로 유동성 압박을 겪으면서 자구안으로 내놓았던 킴스클럽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세계 3대 사모펀드로 불리는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기업인 미국계 모투자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킴스클럽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지 2개월이 넘었지만 본계약 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측이 제시하는 가격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심지어 매각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야심 차게 밝힌 뉴코아 강남점 매각 방침은 두 차례 번복 끝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KKR가 킴스클럽 인수가격으로 애초 제시한 3500억원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이랜드 측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애초 연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킴스클럽 37개 점포의 영업권과 물류시설 등 부대시설의 매각가로 최소 7천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KKR와 최종 가격 협상 과정에서 매각가가 3500억원∼4천억원대로 낮아지면서 헐값 논란이 일자 이랜드 측 협상 대표는 KKR 측과의 합의로 매각 방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안 체결을 목표로 주식매매계약(SPA)의 문구 조정 등 실무협의를 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킴스클럽의 지분 일부를 KKR에 넘기고 이랜드가 추후 다시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갖는 구조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앞서 이랜드 이사회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에게 킴스클럽 매각을 철회하고 이랜드리테일을 신속히 상장하자는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IPO'를 신속하게 추진하자는 이사회의 건의에 박 회장은 '킴스클럼 매각 등 여러 자금 조달 계획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철저한 구조조정에 우선순위를 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박 회장이 우선적인 내부 구조조정을 강조함에 따라 '5월 내 킴스클럽 매각 본계약 체결'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랜드는 중국의 인기 브랜드인 티니위니 매각과 전 사업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겠다는 복안이다.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보류됐고, 중국 법인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역시 여성복 브랜드 '티니위니' 매각 방침에 따라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랜드 측은 티니위니 매각으로 1조원 정도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이랜드 측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계획했던 자구안이 차질을 빚고 있고 조만간 발표되는 기업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랜드그룹은 기존의 채무만기도 연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룹의 전체 차입금은 5조5천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단기 금융부채가 3조2천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킴스클럽 매각, 뉴코아 강남점 매각, 이랜드월드 중국 법인 사전기업공개(프리IPO), 이랜드리테일 IPO 등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 구체화한 내용이 없다.

또 연간 매출액이 4천억원대인 티니위니의 매각가로 1조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랜드가 과도한 인수합병과 무리한 사업확대로 그룹 전반의 영업실적이 현저히 떨어져 앞으로 단기간 내 자구안을 통해 재무구조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재무구조 개선은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랜드그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맥 없이 무너진 다른 기업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비상장 계열사 상장으로 장기적인 사업 영속을 택할 것인지 전적으로 오너의 욕심이 아닌 선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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