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년 재수사 조희팔 사망 최종 결론…'공소권 없음' 처분

 


7만명에게 5조원 사기행각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그는 2008년 중국 밀항에 성공한 뒤 7년여 동안 죽지도 살지도 않은 인물이었지만 결국 그가 죽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28일 검찰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를 벌인 조희팔 다단계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달아난 조씨는 숨졌다고 결론내리고 '공소권 없음' 처분을 공식 발표했다.

유사수신 사기로 7만여명을 울린 조 씨는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해 달아났고, 2012년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수사 등을 통해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사건 피해자 등에 의해 그가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목격담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4년간 7만여명에게 5조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조희팔 사기 사건 주요 인물들

이 때문에 조희팔이 '죽음'마저도 사기 행각에 이용했다는 '위장 사망' 논란이 불거지면서 덩달아 세간의 궁금증도 증폭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조씨 생사는 작년 10월 10일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이 도피 7년 만에 중국에서 현지 공안에 붙잡혀 초미의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주필)이 28일 조희팔 측근들이 진술한 조씨 사망 정황 분석, 확보한 각종 자료 과학적 검토 등을 2년 가까이 한 결과 "조씨가 사망한 것은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 조희팔, 그는 누구?

입지적인 사기행각을 벌인 조희팔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막노동, 도박판 허드렛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그는 40대 중반에 한 다단계 업체에서 일을 배워 2004년 10월 ㈜BMC(Big Mountain Company)를 설립했다.

터무니없는 고수익 대신 구체적으로 연 35% 확정금리를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하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건강보조기구를 사면 회사가 이를 찜질방 등에 빌려주고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저금리 시대에 이런 소문은 금세 전국으로 퍼졌고 조희팔은 서울, 부산 등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전국 20여 곳에 유사수신 업체를 세워 강태용 등 측근에게 맡고 정·관계를 기웃거리며 인맥을 쌓았다.

그러나 뒷사람이 낸 돈으로 앞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사기 행각을 벌인 지 2년이 지난 2006년부터 내사를 시작한 경찰은 2008년 10월 조희팔과 핵심 측근을 사기 혐의로 수배했다.

이미 조희팔 일당이 4년간 7만명에게서 5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이 가운데 2900억원을 챙긴 상태였다.

두 달 뒤인 2008년 12월 조희팔은 수사망을 뚫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양식업자 박모(42)씨 배를 타고 격렬비열도를 거쳐 서해 공해 상으로 나가 미리 대기하던 배에 옮겨 타고 유유히 중국으로 달아났다.

사기 혐의 내사 과정, 수배 후 중국 밀항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조희팔 등에게 돈을 받아 처벌된 검찰·경찰 관계자가 상당수라는 사실에서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 위장 사망설 근거는?

조희팔은 중국에서 다른 사람 명의로 공장, 식당 등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따금 찾아온 한국 경찰관과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2012년 5월 경찰은 "조희팔이 2011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장례식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유족이 찍었다는 동영상과 중국 당국이 발행했다는 사망진단서가 의심스럽다는 주장과 함께 위장 사망설이 급속하게 번졌다.

사건 피해자들은 "조희팔이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칭다오(靑島) 등에서 폭력조직 비호 아래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검찰, 경찰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조씨가 중국 현지에서 공안 등 유력 인사도 매수해 접근이 어려운 대도시 호화주택 등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 등도 다시 나왔다.

3년이 지나 2015년 10월 최측근으로 지목된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두 달 만에 국내로 압송됐다.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속에 국내로 송환됐다.

이 와중에 강태용 검거 소식이 전해진 10일 뒤 조희팔의 집사 노릇을 한 조카 유모(46)씨가 갑자기 음독자살해 조씨의 위장 사망 의혹은 더욱 커졌다.

강태용과 함께 조씨 사망 여부를 확인해 줄 핵심 인물이던 그는 조희팔 중국 밀항을 돕고 조씨가 숨진 것으로 알려진 뒤에는 유골함까지 가져오는 등 역할을 했다.

유씨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함께 강씨 송환이 임박해질수록 "조희팔은 살아 있다. 사망 근거가 빈약하다"는 등 목소리가 나왔다. 

김주원 1차장검사가 28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희팔 사기 사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소권 없음, 수사 마무리

그러나 수사당국에 붙잡힌 조씨 측근 등 증언은 이같은 상황과 정반대였다.

중국에서 검거된 지 68일 만에 대구지검 청사 앞에 선 그는 조희팔 생사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2011년 겨울 조희팔이 사망했다. 직접 봤다"고 말했다.

강태용은 조희팔이 운영한 유사수신업체 부회장을 맡아 동생, 처남 등을 거느리며 재무, 전산 업무 등을 총괄했다.

강태용과 별개로 이튿날 조희팔 사기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법정에 선 조희팔 아들(30) 역시 "아버지가 중국에서 돌아가신 게 맞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강태용, 조씨 아들, 사건 연루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했으나 조희팔 죽음을 뒤집을만한 결정적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은닉자금 환수, 비호세력 규명 등에 주력해 검·경 관계자 8명을 포함, 70여명을 처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이 찾아낸 현금 ,부동산 등 950억원 가량을 2만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이 나눠 가지는 것으로 12년간 이어진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은 막렸다.

검찰 관계자는 "다각적인 조사 결과 조희팔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조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희팔 사건 수사로 검찰은 지금까지 구속자 45명을 포함해 71명을 기소하고 조희팔 조직 2인자 강태용(55·구속) 아내 등 5명을 기소중지했다.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처벌된 검찰과 경찰 관계자는 모두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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