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노동자 ‘블랙리스트’ 공유하는가?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용접공이 대우조선 안에서 자살했다. 조선업계 구조조정 바람 앞에 대책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근로자들에게 '블랙리스트'가 공유됐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 용접공이 대우조선 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거제경찰서는 11일 오전 8시 10분께 대우조선 1도크 PE장 블록 내에서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김모(42) 씨가 목을 매 숨졌다는 신고를 받고 정확한 자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달 14일 대우조선 사내협력업체에 취업한 뒤 용접 관련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지난 10일 오전 대우조선에 출근한 출입증 기록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일 늦은 밤이나 이날 새벽 목을 맨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유류품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고, 그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현재까지 확보되지 않았다.

지난 5월까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주)삼원에서 물량팀장으로 일하던 김 씨는 임금이 체불된 상태에서 지난 5월 13일 업체 폐업 통보를 받았다. 삼원 소속 노동자들 25명과 함께 임금체불 해결 및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원을 인수한 업체 대표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관리자는 "체불임금의 70%만 받고 고용을 유지할지, 체불임금 100%를 받고 퇴사할지에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김 씨를 포함한 25명의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의 70%만 받고 새 업체에서 일하라”는 원·하청의 제안을 거절하고  체불임금 100%를 받고 대우조선해양을 나갔다. 

이후 25명 중 일부는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관리자로부터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입사서류와 신체검사까지 통과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  “단체행동” 등을 이유로 출입증 발급이 거부당하며 입사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임금체불에 항의한 물량팀 노동자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김 씨는 지난달 초 새로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인 성산기업 물량팀에서 일하게 됐지만, 취업 후 일주일 정도 후에 이를 알게 된 대우조선에서 이 하청업체를 압박해 “김 씨를 내보내라”고 압박했다는 대책위가 확보한 복수의 관계자 증언이 나오고 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대책위) 등 노동계에서는 김 씨의 자살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대형조선소의 블랙리스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사내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김 씨가 목을 맨 이유를 밝혀낼 것"이라며 "유서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정확한 사망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현재 사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 씨의 시신은 거제시 대우병원에 안치돼 있다.

한편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들은 1차 해고 대상에 올라 이미 대량해고가 감행되고 있으나, 물량팀 특성상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가 대부분이라 구조조정 바람 앞에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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