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 자본비율 11% 문제, 채권·주주도 손실 부담
MBS 부실판매 골드만삭스, 150억 달러 추징에 51억 달러로 합의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 받은 도이치뱅크가 이 금액을 다 낼 계획이 없으며, 향후 벌금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국내 증권사에서 제시됐다.

도이치뱅크는 유럽 최대 투자은행으로, 지난 6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은행으로 꼽힌 바 있다. 

이어 미국 정부가 도이치뱅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판매한 MBS를 불완전 판매했다는 이유로 140억 달러, 한화로 약 15조500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도이치뱅크의 전체 자산을 초과하는 규모여서 대형은행이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SK증권 이은택 애널리스트는 “도이치뱅크는 자본비율이 10.8%로 낮다는 문제가 있다”며 “2018년 목표인 12.5% 달성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도이치뱅크가 벌금까지 물게 되면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며 이렇게 되면 기존 채권과 주주들도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도이치뱅크의 높은 파생상품 비중을 문제로 꼽았다. 도이치뱅크의 예금은 4470억 유로에 불과한 반면 파생상품 관련 계약 규모는 작년 말 기준 46조 달러에 이른다는 것. 그는 이를 리먼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그는 “독일 정부의 지원 가능성도 언급이 되고 있지만 내년 9월 선거를 앞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세금을 투입해 은행 구하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ECB가 남유럽 은행들을 도울 때 사사건건 반대했던 독일이 이제 와서 ECB에 손을 벌리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도이치뱅크가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지불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며, 소송은 언제나 단판에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골드만삭스도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MBS) 부실판매로 150억 달러의 추징을 받았지만 지난 1월 51억 달러로 최종 합의를 했으며, JP모건도 작년 130억 달러의 추징을 받았지만 최종 합의 금액은 51억 달러였던 예를 들었다. 피치 역시 벌금 규모가 현저히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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